한국 기업, 동유럽 주요국에 서유럽 진출 교두보 설립 ‘급물살’

낮은 인건비·법인세율과 외국인 투자 우대
산업 클러스터 갖추고 거대 EU 시장 접근 쉬워
체코와 배터리, 원전 등 약 60건에 이르는 MOU 체결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 방산시장 공략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9.26 09:22 의견 0
국내 기업들이 동유럽, 특히 체코와 폴란드에 집중하며 교통 인프라, 원전, 배터리, 방산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유럽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 현대로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국내 재계가 동유럽 국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업체가 이달 초 폴란드 국제 전시회에 참가해 국산 방산 제품 성능을 뽐낸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내 4대 그룹 총수와 체코를 방문해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기업이 최근 동유럽 국가에 이처럼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서유럽 교차로·외국인 투자 지원·해상교역 장점 두루 갖춰

체코, 폴란드 등은 유럽 내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시키는 교차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유럽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체코는 동서유럽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체코는 철도, 도로, 항공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물류 분야에서 두드러딘다.

폴란드 역시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 동서남북을 연결해 유럽 내 물류와 교역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도로, 철도, 항만 등 교통 인프라 역시 잘 갖춰져 있다.

◇한국, 체코와 배터리-원전 등 약 60건에 이르는 MOU 체결

체코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국가다.

윤 대통령는 이번 순방으로 체코와 배터리, 원전 등 56건이 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원전 분야에서만 13건이 넘는 MOU에 서명한 점은 두드러진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코는 중부유럽 국가 가운데 제조업 경쟁력이 강하다”라며 “윤대통령은 이번 체크 방문을 계기로 원전을 비롯해 배터리·미래차·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체코와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유럽 제조업 허브(핵심 기지)로 불리는 체코와 협력해 향후 유럽 시장에서 사업 보폭을 더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체코는 특히 배터리·미래차·로봇 등 3대 핵심 부문에서 양국간 공동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배터리 업종에서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체코배터리클러스터 및 브르노 공대와 ‘배터리 협력센터’를 세운다.

또한 △삼성SDI와 SK온 헝가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인근 국가에 있는 생산 기지와 인력 양성에도 속도를 낸다.

미래차 분야는 체코 현지에 자동차 공장이 있는 현대차가 스코다일렉트릭과 수소 모빌리티(이동수단) 및 에너지 분야 개발 MOU를 맺었다.

현대차는 또 체코 오스트라바 공대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업’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도 철강 제조와 2차전지 분야에서 브르노 공대와 협력하기로 했으며 철도차량 전문 제조업체 현대로템은 기관차 제조업체 스코다트랜스포테이션과 체코 고속철 도입에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체코는 지난해 교역량이 44억700만달러(약 6조원)”라며 “이번 체코 순방으로 양국 교역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폴란드 방산시장 공략 본격화

국내 기업은 폴란드 방산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대형 방위산업업체들이 이달초 폴란드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 참가해 현지 시장 점검에 나섰다.

현대로템은 이달 3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나흘간 폴란드 남부 도시 키엘체에서 열리는 ‘제32회 폴란드 국제 방산 전시회(MSPOㆍMiedzynarodowy Salon Przemysłu Obronnego)’에 참가했다.

MSPO는 폴란드에서 해마다 열리는 동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 방산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35개국 방산 업체들과 총 2만6000여 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현대로템은 2022년 K-2 전차를 폴란드에 수출했다. K-2 전차는 2008년 튀르키예에 기술이전을 했지만 2022년 현대로템 경남 창원 사업장에서 직접 만들어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로템 등은 이번에도 폴란드와 2차 계약 수주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MSPO에는 K2 전차 실물이 전시됐다. K2 전차는 폴란드에 올해 상반기까지 총 46대가 안정적으로 납품됐다. 이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에 38대, 2025년 96대가 인도된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독자 설계한 3000t 급 ‘장보고-Ⅲ’는 중어뢰와 대함ㆍ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한 어뢰 발사관, 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수직발사대가 기본 장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잠수함용 리튬이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연료전지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동력원으로 최대 3주간 잠항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방위산업 증강에 주력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방산업체들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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