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트럼프노믹스’ 해결사로 등판한 ‘외국인 사령탑’ 알고보니

현대차, 1967년 창사이래 57년만에 첫 외국인 CEO 임명
무뇨스, 디자인-연구개발-안전 등 전체 경영 책임지는 중책 맡아
미국 등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공략 강화와 현대차 브랜드 파워 키워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1.23 10:08 의견 0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COO는 21일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 9과 이니시움을 통해 전동화와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로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과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이코노미 트리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단행한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대표이사(CEO)로 발탁한 점이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 1967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57년만에 단행한 야심찬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동안 외국인 사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본부장(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사장 △브라이언 라토프 현대차 사장 등 외국인 사령탑이 있었다. 이들은 차량 디자인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안전 등 일부 부문만 맡았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전체 경영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것은 무뇨스가 처음이다. 또한 국내 재계를 살펴보면 외국인이 대기업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그만큼 혁신적인 인사라는 얘기다.

◇스페인 출신 무뇨스 CEO, 현대차 실적과 브랜드 파워 키우는 데 일등공신

무뇨스 CEO의 등판은 평소 글로벌 경영을 추진해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보여주는 예다.

정의선 회장이 추구하는 경영전략은 글로벌 인재 채용과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보여주듯 스페인 국적인 무뇨스 CEO는 일본 도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을 거쳐 2019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추세를 꿰차고 있던 무뇨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늘리면서 현대차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데 본격 나섰다.

무뇨스의 글로벌 경영전략은 효험을 발휘했다.

그의 등장으로 현대차의 미국내 판매량이 2018년 68만 대에서 지난해에는 87만 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 기간 현대차 매출은 2018년 15조29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8200억원으로 2.6배 증가했다.

또한 2018년 3300억원이던 순손실이 2023년 2조7700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무뇨스 CEO는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손잡고 현대차 그룹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선 회장, ‘트럼프 시대’ 앞두고 국적-출신-연줄 모두 없앤 ‘빅 픽처’

정의선 회장의 ‘글로벌 DNA' 활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임명해 글로벌 대외협력 총괄까지 맡긴 것은 정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을 겨냥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 김 총괄(사장)은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에서 주한 미국대사, 주인도네시아 대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권한대행 등 외교 요직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특히 관세 부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 불확실성으로 현대차그룹에 닥칠 위험을 관리하고 향후 미국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외국인 최고임원 등판은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본부장(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사장, 브라이언 라토프 현대차 사장 등 비일비재했다”며 “이는 정 회장이 국적, 출신, 연줄을 모두 없애고 오로지 실력과 능력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경영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외국인 사령탑이 국내 실정을 잘 모르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대만 반도체업체 TSMC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4명을 외국인으로 선임하는 등 글로벌 혜안을 가진 외부 수혈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내 대기업이 ‘우물 안 개구리’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려면 인재 발굴도 그에 버금가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