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지난해 세계 3위 수출국으로 도약하며 미국·중동·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현지 생산·유통·미용기기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 = 올리브영]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K-뷰티(국내 화장품 업계)’가 최근 휘파람을 불고 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서 벗어나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출국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는 세계 3위에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화장품 제품을 선보여 올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K-뷰티’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야심찬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 화장품 업계, 떨고 있니...한국 지난해 생산 규모·수출액 사상 최대치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업체의 지난해 생산 규모가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이 2023년((14조5102억원)보다 20.9% 늘어난 17조5426억원이고 수출액은 20.3% 증가한 102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생산액과 수출액이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K-뷰티는 글로벌 무대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 규모는 프랑스(232억5823만 달러), 미국(111억9858만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위 독일(90억7601만 달러)을 10억 달러 이상 차이로 제치고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액은 물론 수출 대상국도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국은 172개국으로 2023년보다 7개국 늘었다”라며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24억9000만 달러)이 1위이고 미국이 56.4% 급증한 19억 달러로 2위, 일본(10억4000만 달러), 홍콩(5억8000만 달러), 베트남(5억3000만 달러) 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 수출 증가로 새로운 시장인 아랍에미리트(1억7000만 달러·9위)에서 91.0%에 이르는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였고 인도네시아(1억4000만 달러·13위), 폴란드(1억3000만 달러·14위)에서는 각각 69.9%와 161.9%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출 성장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최근 발표한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55억달러(약 7조602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8%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업계가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중국 등 기존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중동과 남미 등으로 사업영토를 넓히는 등 시장 다변화를 추구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국내 화장품 업계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23년 34.7%(14.1억달러), 지난해 25.2%(12.1억달러)로 낮아졌다가 올해 상반기는 19.6%(10.8억 달러)로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반면 올해 상반기 미국과 일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7%(1억5000만 달러), 15.7%(7000만 달러) 늘었다.
그는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에 한국산 화장품이 미국과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수입 1위에 오를 정도”라며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K뷰티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17억1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로 프랑스(12억6천3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를 넘어섰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한국 화장품이 폴란드, 영국, 에스토니아 등 유럽은 물론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어 글로벌 사업 영토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 해외 현지 생산·유통 등 글로벌 경영 가속화
이처럼 국산 화장품이 세계 무대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단순히 ‘K-팝’, ‘K-무비’ 등 ‘K-컬처’ 영향 때문은 아니다.
한국 화장품이 세계 소비자를 매료시킬 품질을 갖춘 제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유명인을 앞세우거나 SNS(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말 만으로 화장품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체 기술력과 생산력을 모두 갖춘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이 성장을 이끈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업체는 미국에 공장을 세워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생산 플랫폼을 갖췄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내 유명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해 한국 화장품을 유통하는 구조도 K-뷰티 성장을 이끄는 ‘효자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플랫폼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월 2400개 브랜드를 유통했는데 이 가운데 80% 이상이 중소·신생 브랜드”라며 “올리브영은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 150여 개국에 직배송 체계를 갖춰 해외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 매출은 지난 2022년 2조7800억원에서 2023년 3조9000억원, 지난해 4조7900억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 미용기기 등 ’블루오션‘ 개척 가속페달
그렇다고 한국 화장품 업계 앞날이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해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 미국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15% 상호관세에 합의한 점을 감안할 때 화장품 업계도 관세 열풍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민정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성비로 경쟁해온 상황에서 1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라며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도 검토하겠지만 인건비 등 재정 부담을 주는 문제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향후 미국 현지 생산 등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라며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미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현재 유통업체와 협력하는 등 경쟁력 유지에 올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영향 여부 못지 않게 해외 사업 다각화도 펼쳐야 한다”라며 “화장품 뿐만 아니라 미용기기 등 떠오르는 유망상품을 발굴해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중국도 늘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 현지 화장품업체들도 자체 경쟁력을 갖춰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추세”라며 “값싼 가격을 무기로 하는 중국업체 전략이 예상돼 결국 품질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다양한 경영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