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계약에 이어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납품하며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연이은 낭보로 휘파람을 불고 있다.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23조원대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는 7일 업계 라이벌인 미국 IT(정보기술) 애플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폰 아이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CIS)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디지털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하는 반도체다.

이처럼 삼성전자에 사업 호재가 잇따르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 삼성전자. 애플에 이미지센서 납품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이 차세대 칩 생산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칩을 생산해 애플에 납품한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삼성과 손잡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된 적 없는 칩 제조를 위한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또한 “이번 기술은 미국에 먼저 도입하며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전 세계에 출하하는 아이폰을 포함해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공하는 칩이 이미지센서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위한 필수 부품”이라며 “애플은 지금까지 일본 소니로부터 이미지 센서를 전량 공급받았지만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는 2억화소 이상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중국 샤오미, 비보, 모토로라 등에 납품해왔다”라며 “이번에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해 관련 시장에서 보폭은 넓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가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가 15.4%로 2위다.

◇ 삼성, 테슬라와 단일 고객 기준 역대 최대 계약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따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3조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다. 물론 국내 기업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기대하는 대목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발언이다.

머스크는 “165억달러라는 수치는 최소일 뿐 실제 수익은 이보다 몇 배 높을 것”이라고 말해 실제 거래액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공급하는 반도체는 ‘차세대 A16칩’이다.

업계 관계자는 “A16칩은 일종의 AI(인공지능)칩”이라며 “테슬라가 추진하는 완전자율주행(FSD) 비전을 실현할 핵심 제어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AI4는 삼성전자가 생산하고 있고 이제 막 설계를 마친 AI5는 파운드리 절대 강자 대만 TSMC가 생산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가 AI6 칩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아 SMC 독주 체제를 끝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 이재용 회장, ‘반도체 반격’ 본격화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두 가지의 거대 사업을 거머쥔 것에 대해 주목한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에 이어 애플 수주도 이재용 회장이 직접 뛴 결과물”이라며 “최근 사업 리스크를 모두 털어낸 이 회장이 지난달 중순 글로벌 재계 거물 사교 모임 '선 밸리 콘퍼런스' 행사에 참가해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이번에 야심찬 수주를 일궈냈다”고 풀이한다.

그는 또 “이 회장은 반도체 업계는 물론 글로벌 IT기업, 자동차 업체들과 네트워킹을 펼치고 있다”라며 “그는 사업 보폭을 더 넓히기 위해 지난달 말 대미 관세협상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간 이후 현재 미국에 남아 글로벌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잇따른 ‘깜짝 뉴스’에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벽은 미국 AI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최첨단 HBM(고(高)대역폭 메모리) 제품 납품”이라며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더욱 강화하면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