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 인상·배당소득 분리과세·대주주 기준 하향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증세 기조를 공식화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전방위 증세 기조를 공식화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달 31일 발표한 이번 개편안은 △법인세율 전 구간 1% 포인트 인상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환원(50억→10억 원)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에 따른 세 부담 정상화와 산업·투자 활성화를 병행한다”라며 입법 취지를 내비쳤지만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향후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다.

법인세율 인상…“감세 원상복구” vs 투자 위축 우려

법인세율이 과세표준 모든 구간에 걸쳐 1%포인트 인상된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구간은 10%에서 11% △200억 원 이하 20%에서 21% △3000억 원 이하 22%에서 23%, △초과 구간은 24%에서 25%로 각각 올린다.

정부는 이를 윤석열 정부 시절의 감세를 되돌리는 “원상복구” 조치라고 설명하며 영세·중소기업에 특별세액감면과 고용·투자 세액공제 등 기존 지원제도를 유지해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는 “투자는 해야 하는데 갑자기 세 부담이 늘어나면 그 여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 세율 인상은 기업의 투자 계획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투자 유도 의도 vs 형평성 논란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의 핵심은 고배당 상장법인의 현금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신설이다.

고배당 상장법인은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배당을 5% 이상 늘린 상장회사를 말한다.

과세표준 2000만 원 이하 구간에는 14% △2000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 구간에는 20% △3억 원 초과분에는 35%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주환원 확대와 가계의 주식·펀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국내 자본시장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배당세를 낮춰주면 혜택이 초고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라며 “배당 확대가 반드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환원…“단기 매도 심리 자극” 우려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내린다. 정부는 이 결정이 2023년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 대주주 회피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준 하향이 단기차익 실현 심리를 자극해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대주주 기준 하향 시점에 개인 투자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사례가 있다.

정책 방향성과 경제 파급효과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세입 기반 확충을 목표로 한 재정 정책임이 뚜렷하다고 본다.

법인세와 금융·양도소득 과세를 강화해 세수를 늘리고 AI(인공지능)·문화콘텐츠·벤처투자 등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서민·중산층 생활비 경감 대책을 병행한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전방위 증세가 경기 둔화 시기에 투자, 고용, 소비를 동시에 위축시킬 수 있다”라며 “이번 정부 조치로 세수 확대와 성장 촉진 간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