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좌석 공간과 기내 서비스를 개선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확대 도입해 중간 가격대 고객층 공략과 수익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 대항항공]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고객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높이고 편의성도 강화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승부하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최근 이른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席)으로 승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프리미엄석으로 좌석 공간-기내 서비스 크게 개선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 중순부터 중대형 항공기 보잉 B777-300ER에 '프리미엄'석 40석을 처음 도입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프리미엄석은 이코노미석(일반석)과 프레스티지(비즈니스) 사이의 새 좌석 등급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777-300ER 기종에서 일등석을 없애고 비즈니스석을 56석에서 40석으로 줄이며 대신 프리미엄석을 신설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프리미엄 좌석은 앞 좌석과 간격이 39∼41인치(약 99∼104㎝)로 일반석보다 약 15∼17㎝ 길고 좌석 너비도 19.5인치(약 50㎝)로 일반석보다 4㎝ 여유로워 총 공간이 기존 이코노미석에 비해 1.5배 넓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내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해 주요 식단과 디저트, 와인 등 프레스티지석과 같은 품목의 기내식을 주고 일등석·프레스티지석에서 운영하는 기내식 사전 주문 서비스도 똑같이 적용한다”라며 “상위 클래스용 프레떼 담요도 제공하는 등 프레스티지석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 좌석 가격은 이코노미석과 비교해 110% 수준에 판매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 대한항공이 좌석 체계를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운용하는 777-300ER 25대 중 상대적으로 노후한 11대에 내년 말까지 프리미엄석을 도입하고 고객 수요 등을 분석해 다른 기종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나는 2017년 4월 A350 기종 15대에 '이코노미 스마티움' 좌석을 36석씩 두는 등 국내 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했다.
이코노미 스마티움은 좌석 크기가 일반석과 같지만 앞뒤 간격이 36인치(약 91㎝)로 일반석보다 4인치(10㎝) 길다. 이에 따라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 고객은 인천공항 비즈니스 라운지 서비스가 제공돼 수요가 많았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이코노미 스마티움석은 아시아나항공이 내년 말 대한항공과 완전히 통합된 이후 프리미엄석과 통합해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프리미엄석에 가속페달 밟는 이유는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도입에 나서는 이유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좌석 단위당 수익성이 높은 자리를 더 늘려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이 좌석 가격이 비싸 자리를 비운 채 운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좁고 불편한 이코노미석 대신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 좌석을 찾는 이른바 중간층 고객을 겨냥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경영 전략은 탑승률을 높여 항공사로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고 승객은 기존 금액에 조금 돈을 더 내고 좋은 서비스와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저비용항공사(LCC)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크게 늘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프리미엄석 확보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수요 감소가 프리미엄석 출현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해외 출장비를 줄이려는 추세에 따라 항공기 좌석도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으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이에 따라 장거리 노선인 미국과 유럽 등은 출장비 절감과 안락함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석이 관심을 모은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후 중산층과 실버 여행객은 물론 MZ세대(20~40대 연령층) 역시 비즈니스석은 부담스럽지만 조금 편안한 좌석을 찾고 있다”라며 “이러한 수요를 감안해 항공사들이 프리미엄석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 항공사는 이미 일반화 추세...항공사도 ’남는 장사‘
프리미엄석 도입은 해외 항공사에는 이미 일반화된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들은 30여년 전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도입했다”라며 “대만의 에바항공은 1992년 항공업계 최초로 프리미엄석을 도입했으며 영국항공(2000년), 에어뉴질랜드(2004년), 일본항공(2008년), 에어프랑스(2009년), 독일 루프트한자(2014년), 미국 델타항공(2017년) 등이 프리미엄석을 현재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에 따른 수익성 증가도 눈에 띈다.
미국 델타항공은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늘어 106억달러(14조6000억원)에 이르지만 같은 기간 일반석 매출은 4%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석 도입은 항공사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라며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모두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항공기 내부 공간에 프리미엄석을 배치하면 이코노미석에 비해 좌석당 매출이 1.5배에서 최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프리미엄석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공간 낭비를 해소하고 이코노미석보다 높은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라며 “특히 대한항공은 기존 일등석-비즈니스석 수익성 약점을 해소하고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