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AI를 그룹 전반에 접목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울산에 AWS와 함께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며 정부의 AI 인프라 확장 전략과 보조를 맞춘다. [사진 = SK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에너지, 통신, 반도체 이어 이번에는 AI(인공지능)로 승부한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AI를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AI를 에너지, 바이오, 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 등 사업 영토 확장에 나선다.
◇최태원 회장, AI를 ‘그룹 계열사 DNA’에 접목하겠다고 강조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라며 "AI와 사업 모델이 밀접한 IT(정보기술) 영역뿐만 아니라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외연을 확장하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향후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에너지 △AI 기반 바이오 등 계열사 모든 경영 활동과 일상에 AI를 접목해 '제4의 퀀텀 점프(대도약)'를 가속화하는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953년 섬유 산업을 시작으로 출발한 SK그룹이 △1980년 석유화학 △1994년 이동통신 △2012년 반도체로 3차례 퀀텀 점프를 한 데 이어 이번에 AI를 앞세워 4번째 도약에 나서는 것“이라며 ”이는 A의 활용 범위가 산업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최근 AI를 적극 활용한 사업 행보를 보여왔다.
SK그룹이 지난 20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 산하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아마존 웹 서비스(AWS)’, 경남 울산광역시와 손잡고 울산에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가운데 1위 업체다.
클라우드 시장은 AWS를 비롯해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 △미국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 모기업 알파벳(Alphabet) 등이 전 세계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회장은 "AI 혁명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전례 없는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최적화가 있다"라며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AI 생태계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차세대 혁신을 위한 'AI 고속도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SK그룹이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투자 방향성을 AI·반도체 등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SK AI 서밋'에서 "대한민국이 AI시대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AI 인프라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라며 ”SK그룹은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기업이라는 점도 SK그룹의 야심찬 계획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처럼 과감한 투자 배경에는 그룹이 최근 2년간 추진해온 '선택과 집중' 원칙도 자리잡고 있다.
SK그룹은 중복사업 재편과 우량자산 내재화, 재무안정성 확보 등 체질을 개선해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오는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AI 3대 강국’과 ‘AI 고속도로’ 구축에 가속페달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이번 발표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실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전략을 기존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옮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공약 이행계획을 살펴보면 AI 분야에서 '민관 투자 협력'이 두드러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민간과 함께 100조원을 투자해 AI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AI 정책 추진 방향을 볼 때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또한 민간 컨소시엄이 여러 데이터센터를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이와 같은 과감한 ‘AI혁명’은 결국 ‘AI 고속도로’ 추진과 맥을 같이 한다.
고속도로가 전국을 잇는 것처럼 AI를 전국 단위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AI 고속도로가 설립되면 외국의 유명한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는 총 100조원에 이르는 투자금액을 마련하려면 정부 예산과 국내 AI·클라우드 업계 자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AWS가 SK텔레콤과 손잡고 울산에 1G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구상 중이고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도 국내 제2 데이터센터 가동에 나섰다“라며 ”이를 통해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가 내년부터 오픈AI 등 해외 기업과 손잡고 국내 AI 인프라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라며 ”이에 따른 세액감면 확대와 특별법 제정도 이뤄져야 외국기업이 한국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