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시각 기반 ‘월드모델’ 개발과 초대형 인프라·인재 투자를 통해 ‘LLM 이후’ AI 패권에 도전하는 가운데, 윤리·규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사진 = Meta 유튜브]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메타(Meta, 옛 페이스북)가 대규모언어모델(LLM) 중심의 AI(인공지능)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시각(視覺) 기반 ‘월드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메타가 최근 인재를 대규모 영입하고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빅테크가 펼치고 있는 AI 전쟁에 메타가 종지부를 찍기 위한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 눈으로 작동하는 ‘월드모델’ 등장하나
얀 르쿤(Yann LeCun) 메타 수석 과학자는 “진정한 범용인공지능(AGI)은 텍스트 학습이 아닌 시각 기반 ‘월드모델’에서 구현된다”고 강조했다.
르쿤 수석 과학자는 LLM이 ‘상황 예측 능력 부족’과 ‘물리·공간 이해 미흡’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향후 3~5년 내 LLM 중심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드모델은 영상·공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계획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에 대해 업계는 “단순 지식 축적형 AI에서 상상하고 예측하는 AI로 전환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 인재·자본·인프라 총동원
메타는 미국 IT(정보기술)업체 애플 AI 총괄이었던 루오밍 팡(Ruoming Pang)을 약 2억 달러(약 2700억원)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 후 영입했다.
루오밍 팡는 1997년생 창업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이 이끄는 데이터 라벨링 기업 ‘스케일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메타 AI 총괄을 맡은 왕은 학습 데이터 품질 고도화를 이뤄내기 위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메타는 컴퓨팅 파워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는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35만 개를 확보해 주요 경쟁사보다 많은 물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H100 GPU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특화 데이터센터용 칩으로, 초고속 병렬 연산과 대규모 딥러닝 모델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다.
이와 함께 메타는 미국 내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와 ‘하이페리온(Hyperion)’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이페리온은 뉴욕 맨해튼(약 1억7800만 평)에 맞먹는 규모로 알려졌다.
◇ 윤리·규제 논란 이어져
메타는 지난 4월 5일, 텍스트·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과 다국어 지원을 갖춘 차세대 메타 LLM ‘라마 4(LLaMA 4)’를 공개한 이후, 벤치마크 수치 부풀리기 논란과 저작권 불분명 데이터 활용 문제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또한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10일 발표한 일반목적 AI 실천 강령(General-Purpose AI Code of Practice)에 가입하지 않아 투명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강령은 △ 모델 문서화와 기능·제한사항 공개 등 투명성 확보 △ EU 저작권법 준수 절차 마련 △ 고급 AI 모델의 위험 평가·완화, 사고 보고, 사이버보안 등 안전·보안 강화라는 3대 축으로 구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3~5년이 메타 AI 전략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라며, “기술적 도약과 더불어 윤리적 신뢰를 확보해야 메타가 ‘LLM 이후 시대’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