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한국과 중국이 70조 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양국은 금융·외환 시장의 안정과 교역 증진에 기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2일 정부와 관련 기업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1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중앙은행 간 5년 만기 70조 원(4천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협정을 맺은 두 나라가 필요한 경우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자국 화폐를 서로 교환하기로 맺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중국 인민은행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위안화를 빌려와 외환시장에 공급할 수 있고 반대로 중국도 원화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통해 외환위기 등 금융 불안이 발생하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일종의 ’해결사‘인 셈이다.
◇ 한·중 통화스와프로 기대되는 4가지 효과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한국이 안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종의 ’제2 안전판‘을 확보하는 셈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가 일어났을 때 스와프가 외환시장 불안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하면 정부가 위안화로 결제하거나 위안화 보유국과 교역할 수 있어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액 방어에 도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은 한국 정부가 금리·유동성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안화 스와프는 국내 금융기관이 위안화 결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수출입기업의 금리 리스크와 환차손 부담을 줄여준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외환보유액이 줄거나 유동성 경색이 발생하면 한국은행은 스와프 자금을 단기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어 금융시장 신뢰도 향상과 외국자본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 결제 다변화와 위안화 국제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은 한국 전체 무역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국 기업은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결제 비용을 줄이고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홍콩, 상하이, 아세안 등 이른바 ’위안화 블록 경제권‘ 내에서 한국 무역 및 금융 네트워크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화스와프는 지정학적·외교적 균형을 달성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된 상황에서 한국은 통화·경제 협력 채널을 미국과 중국 등 이중으로 유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과는 2023년 체결된 한·미 금융협력 MOU(양해각서)를, 중국과는 스와프를 통해 양측 간 균형을 취해 경제 안보 다변화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 중심의 달러 결제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중국 역내 통화 협력 구도에 일정 부분 발을 담그는 효과를 얻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미국이 이끄는 달러 패권 속에서도 한국이 외교적 중간지대(buffer zone)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위상 한계는 숙제
그렇다고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와프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현실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25년 4월 기준 전 세계 외환시장 거래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9.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중국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3~4% 수준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세계 무역에서 거래대금 거의 대부이분 달러화라는 점이 명백한 현실”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통화 스와프가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글로벌 결제력(달러)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와프를 실제로 현금화하려면 상대국 중앙은행 동의가 필요한데 만약 상대국과의 정치·외교 관계가 나빠지면 무용지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결국 한·중 스와프는 ‘심리적 안전판’ 성격이 강하며 한국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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