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로봇 개발을 담당하는 AI 엔지니어들에게 “2026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테슬라 AI 소프트웨어 총괄 아쇼크 엘루스와미 부사장이 최근 오토파일럿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팀 전체가 참석한 약 2시간 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사실상 결의를 요구하는 수준의 주문”으로 받아들였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테슬라가 지난 10여년간 강조해 온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로봇 개발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당 발언은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 회사가 직면한 구조적 압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론 머스크 CEO는 회사의 다음 성장 단계와 자신이 추진 중인 1조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사실상 두 가지 핵심 제품에 연계해 놓았다. 하나는 전국적 규모의 로보택시 네트워크, 다른 하나는 머스크가 “역사상 가장 큰 제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온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두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테슬라의 미래 방향성과 기업가치,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보상 구조까지 연결돼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자신을 전통적 완성차 기업이 아닌 ‘실세계(real-world) AI 기업’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실제 차량에 적용된 오토파일럿은 여전히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미국 교통당국 기준 ‘레벨2’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자율주행이 테슬라 기업가치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하며 AI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부터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역시 머스크가 “테슬라 역사상 가장 큰 제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온 대표적 미래 사업이다.

테슬라가 로보택시용으로 개발 중인 ‘사이버캡(Cybercab)’ 콘셉트 이미지. [사진 = 테슬라]


하지만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내부 상황은 목표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여건에 놓여 있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몇 달 안에 텍사스 오스틴에서 안전요원 없이 운영되는 로보택시를 선보이겠다”며 올해 말까지 미국 8~10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을 상용 운영하는 기업은 구글 계열 웨이모(Waymo)가 대표적이며, GM 크루즈는 사고와 규제 여파로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일정이 “매우 공격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실적 발표회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사진 = 테슬라]


옵티머스 개발 역시 난도가 높다.

테슬라는 2026년 말 상용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약 1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복잡한 구조 탓에 대량생산과 품질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옵티머스 담당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엘루스와미 부사장이 로봇 프로그램까지 총괄하게 된 점도 개발 조직의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자체 슈퍼컴퓨터 ‘도조(Dojo)’ 팀을 사실상 해체하고 엔비디아·AMD GPU 기반 인프라로 회귀한 점도 AI 학습 전략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테슬라의 AI·로보틱스 전략이 제때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기업가치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AI·자율주행 기회만 해도 최소 1조달러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 왔지만, 일정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며 시장의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안에 로보택시 1000대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고, 옵티머스의 산업현장 적용 가능성도 적극 언급해 왔으나 수익성 둔화와 인력 이탈이 이어지며 내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6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외신들은 테슬라가 스스로 제시해 온 미래 전략을 실제 상용성과 수익성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 임박했음을 드러낸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두 핵심 프로젝트가 모두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들어서며, 이는 테슬라의 다음 성장 단계와 머스크의 AI 전략 전반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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