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화성 오토랜드에 조성된 PBV 전용 생산시설 ‘EVO Plant’ 전경. [사진 = 기아]



[이코노미 트리뷴 = 이진석 기자] 기아가 경기도 화성 오토랜드 내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 전용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미래 모빌리티 전략 강화에 나선다.

기아는 14일 화성 오토랜드에서 ‘EVO Plant East’ 준공식과 ‘EVO Plant West’ 기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등 정부·지자체 인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전기차, 자율주행, AI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경상용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을 PBV 사업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며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약 30만㎡ 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시설 및 연구개발을 포함해 약 4조원을 투자한다.

‘EVO Plant’는 ‘Evolution(진화)’과 ‘Plant(공장)’의 합성어로, 자동화·친환경·작업자 친화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차세대 스마트팩토리 개념이 적용됐다. AGV(무인운반차량)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기존 대비 탄소 배출을 약 20% 줄이는 건식 도장 부스, 컨베이어 방식과 셀(Cell) 생산을 병행한 유연 조립 방식 등이 주요 특징이다. 현대차·기아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E-FOREST’도 적용돼 실시간 공장 운영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화성 EVO Plant East에서 생산 중인 PV5. [사진 = 기아]


이번에 준공된 EVO Plant East는 연간 10만 대 규모로 중형 PBV 모델인 PV5를 생산한다. 패신저형, 카고형, 샤시캡, 교통약자 이동을 위한 WAV 모델 등이 이 공장에 배치된다. 2027년 가동 예정인 EVO Plant West는 연 15만 대 규모로 대형 PBV 모델인 PV7을 생산하며, 두 공장을 통해 연간 25만 대의 PBV 전용 생산 체계가 구축된다. 별도로 마련된 PBV 컨버전 센터에서는 오픈베드, 탑차, 캠핑 차량 등 특화 모델을 제작하고 향후 PV7 기반 특장 모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화성 EVO Plant 차체 용접 생산라인 모습. [사진 = 기아]


일각에서는 PBV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기아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수요 구조와 생산 방식 특성을 고려한 선제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완성차 전문가는 “현재 PBV가 폭발적 수요 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2030년까지 도심 물류, 기업 플릿, 셔틀, 복지 이동 서비스 등에서 전기화 흐름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와 배송 인프라 변화에 따라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BV는 맞춤형 모델 비중이 높아 컨버전 역량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특화 모델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기존 승용차 라인을 개조하기보다 전담 공장을 갖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는 단기 수요 대응 차원을 넘어 중장기 성장 시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의 유휴 국유지 약 10만5000평에 50MW 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해 RE100 달성 속도도 높일 계획이다.

송호성 사장은 “2026~2030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기아 전기차 451만 대 중 263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jinlee@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