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TINY CARS’의 미국 내 생산 승인을 밝혔다고 적은 게시글. [사진 = 트루스소셜 캡처]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 이후 일본식 초소형 자동차인 ‘케이카(kei-car)’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미국 내 생산 가능성을 언급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방금 미국에서 ‘TINY CARS’를 생산하도록 승인했다(I have just approved TINY CARS to be built in America)”며 “이 차들은 저렴하고(inexpensive), 안전하며(safe), 연료 효율이 뛰어나고(fuel efficient), 무엇보다도 ‘정말 놀랍다(Amazing)’”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제조사들을 향해 “지금 당장 생산을 시작하라(START BUILDING THEM NOW!)”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비 기준 완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케이카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그 차들은 매우 작고 정말 귀여웠다(They’re very small, they’re really cute)”며 “이게 미국에서는 어떻게 작동할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다만 미 교통부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역시 “현행 연방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은 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혼다의 대표 초소형 경차 ‘N-BOX’ 모델. 일본 케이카는 짧은 차체와 높은 연비,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도심형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 혼다]


외신들은 케이카가 미국의 교통 환경과 제도에 그대로 들어오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케이카는 현재 미국 연방 규정을 통과하지 못하며, 차체가 지나치게 작고 속도가 느려 고속도로 주행에 부적합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보험안전연구소(IIHS) 역시 대형 SUV와 픽업트럭이 보행자 사고에서 더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대형차 중심의 도로 구조가 초소형차의 실질적 주행 안전성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소형차가 여전히 주력 차급으로 기능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케이카가 전체 신차 판매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격이 1만달러 안팎으로 형성돼 도심 이동에 최적화된 생활형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 역시 도시 밀집도와 높은 유류비, 엄격한 배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소형차와 소형 전기차의 활용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중산층이 형성되는 소득 구간에서 저가형 소형차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차급이라는 것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들 국가는 이륜차 중심의 이동수단에서 본격적인 승용차 소비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에 놓여 있으며, 가격 접근성과 유지비 부담이 적은 소형차가 이른바 ‘국민차’ 역할을 하며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형 기아 셀토스. 셀토스는 2024년 인도자동차딜러연합회(FADA)가 실시한 고객경험지수 조사에서 기아를 일반 브랜드 부문 종합 1위로 올려놓은 핵심 모델로, 인도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기록하고 있다. [사진 = 기아자동차]


한편 이 같은 흐름과는 달리 현대자동차그룹은 북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소형·중형차 전략을 구축해 왔다.

현대·기아는 최근 수년간 미국 시장에서 엑센트, 리오 등 순수 소형 세단을 잇따라 단종하고, 대신 코나·셀토스·니로·투싼·스포티지 등 소형과 중형 사이 차급의 SUV와 크로스오버 모델에 주력해 라인업을 재편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 차급을 소형 SUV 이상으로 설정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북미의 인건비, 물류비, 의무 안전장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초소형차는 구조적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구상을 공식화했다. [사진 = 백악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TINY CARS’를 직접 언급하면서 미국 내 소형 차량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시장의 주목이 일정 부분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발언이 순수한 교통·산업 정책 차원을 넘어서, 미국 제조업 부활과 생산기지의 자국 회귀(리쇼어링)를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도 함께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미국의 도로 환경과 안전 규제, 소비자 선호를 감안할 때 일본식 초소형차가 직접 확산되기보다는, 북미에서 생산 가능한 크기와 성능, 수익성을 모두 고려한 ‘미국형 소형~중형 차량’이 정책 논의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미 소형과 중형 사이 차급의 SUV·크로스오버와 전동화 모델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해 온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 소형차 논의 국면에서 ‘미국형 소형차 전략’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여부도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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