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여름철 휴가 차량 느는데 기름값 떨어뜨린 주인공은 ‘R’

주유소 휘발유 가격 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원달러 환율 소폭 하락세 원유 수입가격에 영향
미국 실업률 예상보다 높아 경기침체 우려 커져
중국 제조 업황 부진도 원유 수요에 악재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04 00:03 의견 0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폭염과 여름철 휴가 차량 급증으로 휘발유 등 기름 수요가 많아지는 가운데 가격이 오히려 내려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7월 28일∼8월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7월 네 번째 주와 비교해 L당 2.5원 하락한 1,711.0원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값은 6월 셋째 주 이후 5주 연속 오른 후 6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7월 네 번째 주보다 L당 2.9원 하락한 1,776.6원, 가격이 가장 낮은 울산은 5.2원 내린 1,681.8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휘발유 등 국제 유가는 여름철 휴가철에 차량이 급증하면 오르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그런데 환율 추이와 글로벌 경기침체도 휘발유 등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준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소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1달러는 1,36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달러당 1,397원에 근접하는 7월 초에 비해 내린 것이다.

이러한 환율 변동도 국제유가 영향을 준다.

원유는 거의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변동도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즉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를 더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어 휘발유 가격이 내리게 마련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이른바 ‘R의 공포’도 꼽을 수 있다.

경기침체를 뜻하는 ‘Recession’에서 따온 ‘R의 공포’는 기업 부문의 고용 감소와 임금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의 소득 감소와 구매력 약화로 기업 경영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7월 실업률(4.3%)은 시장 예상치이자 6월 실업률 4.1%를 웃돌았다.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79달러(3.66%) 급락한 배럴당 73.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 대비 2.71달러(3.41%) 떨어진 배럴당 76.81달러에 마감했다.

수요 감소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사진 = 이코노미 트리뷴]


국제유가 급락은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소비가 줄어 원유 수요가 감소한다.

이처럼 국제 유가 하락은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 중국의 제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점도 원유 수요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이 제조업 등 경제활동에 필요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 국제 원유 가격도 내려가기 마련이다. 이는 휘발유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휘발유 등 기름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반영되고 원달러 환율 영향으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이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분이 앞으로도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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