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경쟁이 ‘소프트웨어’에서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통해 공통적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AI 인프라 확보’였다. 이들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서버 등 물리적 인프라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며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혁신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전력과 하드웨어 인프라가 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부상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설비투자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경쟁자가 쉽게 넘을 수 없는 ‘해자(모트·moat)’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MS는 3분기 매출 777억달러(전년 대비 18% 증가), 영업이익 380억달러(24% 증가)를 기록하며 AI·클라우드 투자의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491억달러에 달했고, 백로그(잔여 수행 의무·RPO)는 3920억달러로 집계됐다.

백로그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계약 금액으로 향후 매출로 인식될 예정인 금액을 뜻한다. 이는 수년간의 안정적인 매출이 이미 확보돼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시장에서는 MS가 “AI 투자를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알파벳은 2025년 설비투자 규모를 910억~93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에만 분기당 240억달러를 투입하며 AI 데이터센터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부문(AWS) 매출이 330억달러로 20% 증가하며 3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전력 용량을 3.8GW 늘리며, “AI 경쟁력의 핵심은 전력”임을 실적으로 입증했다.

메타는 광고 매출이 501억달러(26% 증가)에 달했으며,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700억~720억달러로 전망된다.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을 AI 인프라에 재투자하며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애플은 서비스 부문 매출이 288억달러(15% 증가)를 기록했다. iCloud, Apple Music, App Store 등 구독 기반 생태계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며 향후 AI·MR(혼합현실)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제 시장의 평가가 단순한 ‘AI 비전’ 제시에서 벗어나, 실제 투자 규모와 계약 잔고(백로그) 등 실행력을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MS는 백로그 증가를 통해 AI 매출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했고, 아마존은 전력망 확보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구글은 광고 매출의 안정 속에서도 클라우드 투자를 지속하며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의 전문가들은 “오늘날 빅테크 기업들의 병목은 인재나 칩이 아니라 전력”이라며 “AI 산업은 점차 물리적 자본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원천도 여전히 기존 사업에서 나왔다.

메타는 광고 매출 501억달러(26% 증가), 알파벳은 740억달러(12% 증가), 아마존은 177억달러(23% 증가)를 기록했다. MS는 오피스365, 링크드인, 다이내믹스 등 구독 서비스 부문에서 10% 성장했고, 아마존은 커머스 생태계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했다.

결국 광고와 구독 서비스가 인프라 투자의 재원을 제공하고, 강화된 인프라가 다시 서비스 확장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외신들은 또한 투자자들 역시 단기 실적보다 장기 경쟁우위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단기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부담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력·데이터센터·서버 확보 자체가 경쟁자 진입을 막는 핵심 장벽이 됐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에서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누가 더 빠르게, 더 안정적으로 컴퓨트 자원을 확보하느냐가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중심축이 ‘소프트웨어’에서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며, 설비투자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닌 ‘미래의 해자’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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