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듀프 소비’가 뜬다

값비싼 명품 대신 저가 유사품 인기 얻어
저가 브랜드 다이소, 뷰티 부문 매출 약 160% 늘어
‘가성비’보다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입하려는 추세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1.01 10:55 의견 0
고물가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을 갖춘 명품 대체품인 '듀프' 소비가 패션·뷰티·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 PIXABAY]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시장에서 ‘듀프(Dupe)'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복제품)’의 약어인 듀프는 값비싼 명품 제품의 값싼 복제품이다.

듀프는 가격이 싸지만 품질은 고급 명품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이 제품은 또한 명품 브랜드 로고를 모방하는 위조품과 차이가 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高)물가 등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세계적인 명품 구입을 주저하고 대신 저가 대체품을 찾는 ‘듀프’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가 주춤하면서 명품 소비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유사한 기능을 갖춘 명품 대체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내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다이소-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듀프 제품 선보여

한 예로 저가제품 브랜드 다이소는 최근 듀프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의 미용(뷰티) 부문의 올해 1~9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60% 늘어났기 때문이다.

‘샤넬 립앤치크밤(6만3000원)’과 기능이 유사하지만 다이소 ‘손앤박 아티스프레드컬러밤(3000원)’은 출시 후 반년이 지났지만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이 됐다.

다이소의 선전에 국내 주요 뷰티 기업도 듀프 제품 판매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전용 브랜드 ‘퓨어더마’에 이어 7월 ‘케어존’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신규 저가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뷰티 부문에서 듀프 열풍이 거세다”며 “저가 브랜드 유니클로의 C컬렉션 등 디자이너 협력 제품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니클로는 클레어 웨이트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르메르맛 유니클로'라는 별칭을 얻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명품 ‘디올 루즈 블러쉬’ 대체상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내 화장품 전문 브랜드 홀리카홀리카의 아이섀도우 역시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은다.

유명 브랜드 가격이 비싸 이를 사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부담드럽지 않고 트렌드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품질 대비 가격 저렴해 알뜰소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 얻어

이처럼 듀프 제품이 큰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단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은 아니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좋다는 점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무조건 가격이 싼 제품만 찾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격에 비해 품질이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가 아닌 품질이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이 최근 소비자 추세”라며 “이에 따라 유통업체는 소재를 통합하거나 인건비가 비교적 낮은 국가의 생산공장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듀프 열풍은 화장품 등 유통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전자제품 시장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 등이 애플 워치에 비해 가격이 최대 8배나 싸지만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高)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층 사이에서 듀프 열풍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명품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제품 정보를 주고받으며 저가 브랜드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는 한 듀프 제품을 찾는 이들이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듀프 소비가 유행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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