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과 글로벌 악재가 겹치며 재계는 생존 해법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SK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으로 올해 국내 경제전망이 미증유의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은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이른바 ‘슈퍼 언노운(Super Unknown)’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 전쟁·푸드플레이션 이어 관세전쟁 따른 불확실성 겹쳐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최근 벌어지는 각종 국제 상황에 맞서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년간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인 곡창지대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수출에 차질을 빚어 식품 가격이 치솟는 ‘푸드플레이션(음식+인플레이션)’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들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 급등 → 원자재 가격 상승 →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급등은 물론 식품업계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부 리더십 공백과 식품·외식 기업 약 40곳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며 물가가 올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이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식품업체 탓만 할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이 오른 데다 환율마저 상승해 원재료 수입 단가가 높아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라며 “특히 지난해 정부로부터 물가안정에 동참해달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가격 인상을 미뤄 그동안 경영난을 겪어왔다”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거의 모든 통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등 식품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식품을 비롯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해 결국 국내 먹거리 물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슈퍼 언노운’ 대비책 역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슈퍼 언노운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정을 가능한 한 미루게 된다"라며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가장 큰 적"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리스크가 어느 게 크다 적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는 슈퍼 언노운 형태가 계속되면 기업 결정이 안 나온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기업이 용량 초과, 한도 초과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고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 일반 시민도 상당히 어렵다"라며 "이 어려운 상황이 쉽고 빠르게 풀려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기에는 조금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위기론(論)을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발(發) 산업 패러다임 변환 등 '삼각파도'가 밀려오는 가운데 한국은 정치 문제까지 겹쳐 4가지 '폭풍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4가지 폭풍을 헤쳐나갈 해법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 △대한민국 포지셔닝의 재설정 △기업-정부간 '원팀'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재계 총수, 슈퍼 언노운이 촉발한 위기론(論) 꺼내

슈퍼 언노운에 따른 위기감은 다른 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관세에 따른 향후 영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 엘라벨(Ellabell)에서 막을 올린 HMGMA 준공식에서 “현대차가 2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점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관세라는 것은 국가 대 국가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에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을 더욱 공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LG그룹은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켜져 이에 따른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7일 경기도 이천시 LG인화원에서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절박감을 갖고 과거 관성, 전략과 실행 불일치를 떨쳐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LG그룹이 이처럼 기업 총수 회의를 개최한 것은 주요 계열사 경영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4197억원으로 2023년에 비해 6.4% 감소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5914억원으로 2023년 대비 48.6% 줄었다.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손실로 각각 5606억원, 2255억원을 기록했고 LG화학은 영업이익이 63.8% 급감하는 저조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러한 경영실적 부진을 뒷받침하듯 구광모 회장은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위기와 기회가 혼재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따른 항공기 도입 지연과 고환율,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른 정치·사회·경제적 리스크는 사업 운영의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이 트럼프 관세에 따른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6월 3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후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대내외 악재를 이겨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