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과거 MBK의 경영 실패 사례들과 함께 '먹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국내 사모펀드(PEF)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이제 법원 결정에 운명을 맡기는 신세가 됐다.


◇홈플러스, 2015년 MBK파트너스 품에 안겨

홈플러스는 국내 최대 PEF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사들여 MBK파트너스가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MBK는 2015년 말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회사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알짜 점포 등 자산을 매각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과도한 차입매수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국내 유통시장이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홈플러스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는 2018년 2월말 기준 2조5000억원이던 홈플러스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2월 8750억원까지 줄어든 점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하다.

또한 MBK는 최근 신용등급까지 하락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별다른 자구 노력을 펼치지 않고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점도 논란거리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와는 관계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그러나 MBK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나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MBK의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거래업체와의 미정산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미리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라며 지적했다.

◇ MBK파트너스 ‘마이너스의 손’ 주홍글씨 새겨져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이전에 인수한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네파 등도 인수후 경영이 실패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케이블TV 업체 씨앤앰(현 딜라이브) △플랜트 제조기업 영화엔지니어링 △아웃도어 전문업체 네파 등이다.

MBK는 2008년 외국 투자업체 맥쿼리자산운용과 손잡고 씨앤앰을 1조46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MBK는 인수대금을 갚지 못해 결국 경영권을 2016년 채권단에 넘겼다.

영화엔지니어링도 예외는 아니다.

MBK는 2009년 영화엔지니어링을 1000억원에 인수했지만 실적이 악화되자 2016년 회사를 법정관리체제로 만들었다. 이후 MBK는 2017년 유암코에 인수 가격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국내 강구조물 시공 능력 평가 1위로 평가 받은 우량 기업이었다“라며 "그러나 MBK에 인수된 이후 경쟁력을 잃었고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해 결국 헐값에 팔리는 처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는 MBK가 기술력 강화를 통한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지 않고 투자금 회수와 배당을 위한 단기 실적에만 치중한 데 따른 경영실패“라고 강조했다.

네파도 MBK의 관리 부족으로 좌초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MBK는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해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대금 가운데 절반 가량인 4800억원 가량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는 점이다.

이후 MBK는 2015년 티비홀딩스를 네파와 합병해 해마다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인수 금융 원리금 부담을 떠넘겼다. 이에 따라 두 회사 합병 이후 2023년까지 네파가 부담한 금융비용은 27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이자 부담을 떠안은 네파의 순이익은 2013년 1052억원에서 2023년 1101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그 사이 부채 비율은 34%에서 231%까지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후 가치가 높아지면 이윤을 남기고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바이아웃' 전략을 펼친다“라며 ”그러나 MBK가 인수한 기업 가운데 경영에 실패하거나 MBK 투자금 회수로 사실상 회사가 껍데기만 남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MBK는 차입금을 활용한 기업 인수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기업 경영으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라며 “이번 사태로 MBK는 '기업 사냥꾼', '먹튀'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 사모펀드의 ‘책임경영’ 목소리 커질 듯

물론 MBK 논란으로 모든 PEF를 적대시하는 시각은 곤란하다.

PEF가 수익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경영난으로 파산 직전에 놓인 회사를 되살리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EF는 부실기업을 회생시켜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문제는 인수 기업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고 그 기업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경영전략이 아닌 투자 자본 회수에만 몰두하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PEF가 인수회사 경영상태를 쉽게 개선하기 위해 인수 기업의 알짜 자산을 매각하거나 대규모 정리해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러한 전략은 PEF에 대한 사회적 반발만 키우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PEF가 기업경영에 대한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는 않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PEF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은 반(反)자본주의적 발상이라는 얘기다.

MBK가 쏘아올린 PEF 논란은 최근 진행중인 영풍-고려아연 사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영풍과 손잡고 국내 공급망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인 고려아연을 상대로 추진 중인 적대적 M&A 시도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국내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영풍이 고려아연을 인수해 국가 핵심기술을 중국측에 넘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PEF의 역기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MBK 관계자를 소환해 홈플러스 사태를 따져 물을 방침이다. 이를 계기로 PEF의 폐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