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등 수출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 = 트럼프 X]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미국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하며 10% 기본관세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두루 감안해 무역장벽이 높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은 관세율을 높인다.

이번 조치에 미국 교역국이 크게 반발해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한국 25%...미국 최대 무역흑자국 중국은 34%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교역국 가운데 60여개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가(worst offenders)‘로 분류해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개별관세를 추가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했다.

이는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기본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입장에서 무역적자가 큰 한국 등 60여개 국가에는 10%에 더해 '플러스알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최대 무역흑자 국가인 중국에는 34% △베트남 46% △일본 24% △EU(유럽연합) 20%의 상호관세 폭을 발표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에 25%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서는 26%로 표기돼 혼선을 야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국이 미국에 피해를 줘 심각한 무역 불균형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매몰됐다”라며 “이에 따라 모든 국가에 10%가 넘는 상호관세를 토대로 관세폭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하는 등 사상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EU 등 주요 국가들이 보복 관세를 다짐해 전세계에서 무역 전쟁이 일어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EU-中-加 등 미국 교역국, ‘맞불 관세’ 다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EU와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은 일제히 반발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EU에 대한 상호관세에 "불균형적이고 불법적인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EU는 미국에 맞서 ‘맞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도 에외는 아니다.

중국은 미국 관세에 대항해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품은 물론 미국 농산물에 보복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의 중국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대미(對美) 강경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 역시 미국 상호관세에 대해 맞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온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백악관은 "교역국이 비호혜적 무역협정을 시정하고 경제·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하면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은 교역국이 미국측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눈에는 눈'식으로 보복관세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혀 트럼프 상호관세에 따른 글로벌 통상 전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수출 중심국 한국 큰 타격 예상...한미 FTA 폐기? 재협상?

한편 이번 조치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른바 '무역 입국'을 외치며 전세계를 상대로 수출에 주력해온 한국은 이번 미국의 상호관세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023년보다 10.4% 증가한 1278억달러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석유제품 등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수입 규모 기준으로 한국은 올 1월 10위(전체 물량 중 3.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별로는 멕시코, 중국, 캐나다, 스위스, 독일, 아일랜드, 베트남, 일본, 대만 등이 한국에 앞서 있다.

재계는 미국이 한미 FTA 체결국인 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 사실상 관세가 없다”라며 “이처럼 자유무역체계를 갖췄고 이에 따른 교역이 이뤄져왔는데 이번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번 관세 부과로 한미 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며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다시 벌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우려했다.

◇자유무역주의 사라지고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전세계 강타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전 세계는 거대한 보호무역주의의 파도가 엄습할 것으로 보인다.

EU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혀 전세계에서 무역 전쟁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는 관세 장벽을 낮추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세계화 물결을 주도했던 미국이 그 물결을 '무역보호주의'로 뒷걸음치는 상징적인 행보”라고 설명했다.

2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섰던 미국은 20세기 후반부터 무역자유화 흐름을 이끌며 국제적 분업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스템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은 반도체 분업체계에서 알 수 있듯 제조업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설계자' 내지 '주문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자유무역 체제가 미국 내부 산업을 금융·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제조업을 쇠퇴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무역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미국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인식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출발점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며 경제 및 안보 생명줄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경험하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필수적인 군함 제조에 크게 뒤쳐진 제조업 위기를 목격했다”라며 “이에 따라 미국은 이전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제조업 재건 행보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제조업 기반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 세금에서 나온 보조금을 국내외 기업에 제시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출혈 없이 주로 대미 수출국에 부담을 지우는 관세에 승부를 건 도박을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함께 미국 대통령선거 향배를 가를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의 민심을 얻는 정치적 동기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보호주의 상징인 관세 카드를 빼들어 WTO(세계무역기구) 중심의 자유무역 체제는 출범 30년만에 중대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이번 도박이 미국 경제에 반드시 도움을 준다는 보장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조업 기반이 다시 재건될 까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가 부과된 수입 완제품 혹은 수입 부품을 쓸 수 밖에 없다”라며 “이에 따라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이 관세발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벌인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미국이 벌이는 관세전쟁으로 미국이 전세계에서 누리는 경제적 리더십이 사라져 미국에 맞서 ‘G2(주요 2개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더 키우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