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연말을 앞두고 국내 대형 백화점 ‘빅2’가 계열분리 등 사업 구도를 바꿔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업계에서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큰 그림’의 하나로 풀이된다.
국내 유통시장에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유통업계가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사업력을 대폭 강화하고 차별화를 통해 국내 시장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그룹 정용진 회장-정유경 회장 ‘계열 분리’
계열분리 등 독자 경영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신세계백화점그룹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계 순위 2위인 신세계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0일 정유경(52)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사업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후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9년 만에 곧바로 회장이 됐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그룹은 정유경 회장 오빠인 정용진(56) 신세계그룹 회장의 ‘원톱’ 체제에서 이마트(정용진)와 백화점(정유경) 두 개의 축으로 나누는 ‘남매 분리 경영’이 공식화됐다. 두 남매 어머니인 이명희(81) 회장은 신세계백화점그룹 총괄회장이다.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자산은 총 62조원으로 재계 순위(농협 제외) 10위이다. 이번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 이마트(43조원)는 재계 11위로 한 계단 내려가고 독립하는 백화점부문 신세계(19조원)는 재계 순위 20위권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명희 총괄회장은 지난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분할하고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 회장에게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겨 '남매 경영'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했다.
이마트와 신세계 지배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씩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의 주요 계열사로는 SSG닷컴(쓱닷컴), G마켓(지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 등이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 외에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 동생이다.
삼성그룹에서 백화점 사업을 펼쳐온 신세계는 지난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 계열 분리됐고 대형마트 이마트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내 최대 유통그룹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번 분리 경영에는 정유경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은 지난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발을 들인 후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15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입지를 다졌다”며 “이번 회장 승진으로 정유경 회장은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1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유경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해 향후 책임경영을 강화해 계열 분리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열 분리는 그룹을 이마트와 백화점 두 개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며 “이를 통해 경쟁이 치열한 국내 유통업계에서 공격경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풀이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교선-정지선 형제 ‘형제 경영’ 굳혀
국내 유통업계 순위 3위 현대백화점그룹도 최근 경영 구조를 바꾸는 이른바 ‘형제 경영’을 출범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1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정교선(50)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09년부터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아온 정교선 대표는 2012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된 후 14년 만에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회장이 된 것이다.
이번 인사로 정교선 회장은 그룹에서는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형 정지선(52)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계속 보좌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단일 지주사 구조를 갖춰 이번 인사로 '형제경영' 체제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정교선 부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정지선 회장을 보좌하고 형과 함께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출범해 단일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는 '정지선ㆍ정교선 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ㆍ현대그린푸드 등으로 이어진다.
애초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2개 지주사 체제로 구축해 계열 분리를 추진했지만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이 좌절돼 단일 지주사 체제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두 형제간의 협력을 통한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는 책임경영”이라며 “이와 함께 최근 경영실적이 부진한 현대홈쇼핑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2조649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매출액, 영업이익과 비교해 각각 1.7%, 45.3% 감소한 성적표다. 특히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어 사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중·단기적 사업 전략에 대한 계획 및 추진에 나서고 있다“며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겸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홈쇼핑의 장기적 성장전략 구상 및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분리 등 기업 지배구조 변화 배경에는 사업 경쟁력 강화가 주된 이유”라며 “특히 미국은 물론 중국의 대형 유통업계가 앞다퉈 한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등 내수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는 점도 이번 인사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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