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고령화와 건강 관심 증가에 따라 저속 노화(Slow Aging)를 핵심 트렌드로 삼아,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건강 식품 및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 = PEXELS]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유통업계 차세대 유망시장은 ’저속 노화(Slow Aging)'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e: 즐거면서 건강 챙기자)’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지 3년이 넘은 가운데 최근 헬시 플레져를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저속 노화’다. 말 그대로 건강한 방식으로 늙은(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뜻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저속 노화 제품이 대거 등장하는 추세다.
이는 의료기술 발달과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저속노화가 시대적 화두로 자리매김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의료에 힘입어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고령화 단계에 들어갔지만 건강하고 활력있는 노후 생활을 추구하는 웰 에이징 혹은 슬로우 에이징이 인기를 모으며 관련 식품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앞다퉈 노화 속도 늦추는 제품 선보여
이를 보여주듯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는 지난해 저속노화 식품의 연간 판매량이 2023년과 비교해 두자릿 수 늘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 보면 잡곡 상품군 판매는 30% 이상 늘었고 샐러드와 이너뷰티는 각각 10%, 11% 증가했다.
편의점업체 CU도 예외는 아니다.
CU는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까지 닭가슴살 상품군 매출액이 2023년 11월~2024년 1월에 비해 무려 51.1%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기간 잡곡 상품군 매출도 1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질세라 GS25는 올해 잡곡을 신선식품 전략 상품 중 하나로 정하고 프리미엄 오분도미를 편의점 업계 최초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는 GS25 잡곡 매출이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 △2025년(1월) 60.7%에 이르는 등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세븐일레븐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손잡고 간편식을 내놔 관심을 모았다.
세븐일레븐이 ‘렌틸콩 전도사’로 불리는 정교수와 함께 내놓은 제품은 렌틸콩이 섞은 잡곡밥과 닭가슴살 스테이크 도시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렌틸콩이 백미보다 혈당지수가 낮다”며 “당을 낮춘 데 이어 닭고기 등 단백질 비율을 높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저속노화 관련 상품 출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마트24는 피트니스 브랜드 F45와 손잡고 운동 전·후에 먹을 수 있는 건강식을 콘셉트로 한 간편식을 내놨다.
특히 이 건강식은 닭가슴살, 두부, 로만밀 식빵 등을 사용해 저속노화 식단을 찾는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저속노화 추세의 핵심 식단으로 꼽히는 양배추를 대거 내놨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지난 1월 양배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었다.
홈플러스는 건강한 식사를 제안하는 ‘M.E.A.L. 솔루션’을 마련해 월남쌈, 또띠아 등 다이어트 음식 식재료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노화를 늦추는 기능을 갖춘 식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이 건강과 식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트렌드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력 큰 실버계층 겨냥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
국내 유통업계가 이처럼 저속 노화 식품과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근본적인 이유는 거대한 소비계층인 시니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GG(그랜드 제너레이션, Grand Generation) 세대’로 불리는 시니어 계층은 인구 10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소비층이다.
GG세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한 경제, 사회, 여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1950년부터 1971년생(55~74세) 노년층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며 “이러한 노령화 추세는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유통업계가 시니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MZ세대(20~40대 연령층)에 비해 GG세대의 경제력은 비교적 좋은 편”이라며 “이들 GG세대는 건강에 좋은 식품과 상품을 선호해 건강하게 늙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듯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469만원, 개인 소득은 2164만원, 금융 자산 규모는 4912만원, 부동산 자산 규모는 3억1817만원으로 2020년 조사때보다 크게 늘었다.
2020년 당시 가구 소득은 각각 3027만원, 개인 소득은 1558만원, 금융자산은 3213만원, 부동산 자산은 2억6183만원 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를 먹었지만 지갑이 비교적 두터워 노후 건강을 챙기는 추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