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슬로플레이션으로 전환하며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완만히 상승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사진 = PEXELS]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으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이 침체하지만 물가가 치솟는 경제현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슬로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경기침체 강도가 약한 편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경제성장은 더디고 물가는 야금야금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휘발유 등 연료값 상승에 1월 물가, 5개월 만에 2%대 치솟아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5.71로 2024년 1월 대비 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CPI가 올해 1월까지 3개월 잇따라 상승해 2024년 8월(2.0%) 이후 다시 2%대로 올라갔다. 결국 5개월만에 다시 2%대를 나타낸 셈이다.

1월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에너지 가격 때문이다, 휘발유(상승률 9.2%)를 비롯해 경유(5.7%) 등 석유류 가격(7.3%)이 일제히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원화가치는 하락) 원유 수입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외에 식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1월 무 가격은 79.5%, 당근 가격 76.4%, 배추는 66.8%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배추 상승률은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편이다. 이는 기상 악화에 따른 산지 출하량 감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김 가격은 지난달 35.4% 올라 1987년 11월(42.0%) 후 37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김 수확량 감소에 김 수출 등으로 국내 공급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슬로플레이션? 무슨 차이

지난해 하반기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크게 오르는 데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트럼프’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치솟았으며 식자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로 식품 가격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전쟁’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외 악재가 쏟아지면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러 한국 경제가 슬로플레이션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슬로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한 방향이지만 차이가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 둔화 속에 물가가 크게 올라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일어나는 경제 현상이다.

이에 비해 슬로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낮거나 완만하게 올라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경제성장이 주춤한 것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슬로플레이션은 저성장과 완만한 물가 상승이 겹쳐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소비가 타격을 입어 가계 소비가 부진하고 기업 투자도 위축된 성향이 있다“며 ”슬로플레이션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인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덜 위험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지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물가 상승률 전망은

최근 소비 추세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 2.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향후 변수는 트럼프“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고환율이 이어지면 물가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최근 물가가 다시 오르면 서민들의 시름만 깊어질 수 밖에 없다“며 ”유가·고환율 상황이 생활물가 상승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고환율 → 물가 상승 → 소비 위축 →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슬로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성장 촉진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늘리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경제성장 정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며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등 물가 안정 정책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원자재와 식품에 대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슬로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단순한 금리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무역·고용·소비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업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공급만 안정화에 적극 나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