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RSU 등 주식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의 책임경영과 장기근속 유도, 주가 상승 효과를 노리는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 PIXABAY]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성과급으로 현금이 아닌 주식을 주는 이른바 ‘주식 성과급 제도’를 펼쳐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금껏 대다수 기업은 성과급을 100%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성과금 가운데 일부를 주식으로 주는 이른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통해 직장 구성원의 애사심과 근로 의욕을 높여 책임경영을 본격화해 주가도 높일 수 있는 다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RSU‘ 카드로 임직원 성과에 보상

일반적으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성과 보상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주식기준 보상 방식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스톡 그랜트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지급(RSU)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 △성과조건부 주식(PSU) 등이다.

스톡옵션은 행사 기간에 정해진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다.

이에 비해 스톡 그랜트는 회사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직접 주는 것을 뜻한다. 스톡 그랜트는 주로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때 ’당근‘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RSA, RSU, PSU는 성과급 또는 연봉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 혹은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 주요 기업은 주식 성과급 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제시한 주식은 RSU(Restricted stock units)로 성과를 거둔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보상제도다.

RSU는 일종의 인센티브 방식으로 지급 후 일정 기간 양도를 금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주식을 직접 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보다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고 주식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직접 누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식을 받은 임직원이 단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회사의 장기 성장과 임직원의 장기근속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점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와 같은 주식 성과급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업체가 SK하이닉스다.

2022년 말에 2023년 지급할 성과급에 대해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한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초과이익분배금(PS)의 일부(10∼50%)를 자사주로 선택하고 1년을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더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기본급 1000%)까지 지급하는 인센티브인 PS를 초과분(기본급의 500%)을 더한 총 1500%를 지급했다.

DB하이텍도 예외는 아니다.

이 업체는 지난 한 해 실적에 따른 '생산성 격려금(PI)'으로 연봉의 약 15%를 책정하고 PI의 최대 50%까지 자사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지난 17일 직원에게 공지했다.

자사주 옵션 방식이 DB하이텍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B하이텍은 자사주를 1년 보유하면 구매가(3만3700원)의 15%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대장주‘ 삼성전자도 주식 성과급제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을 대상으로 RSU가 아닌 약정 시점에 회사가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OPI(초과이익성과급)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임원에게 성과급의 50% 이상을 자사주로 선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임원은 100%를 선택해야 한다.

주식은 1년 뒤에 실제 지급되며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각각 지급 받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회사 실적도 높이고 주가도 끌어올리려는 경영전략의 하나

삼성전자가 2000년 OPI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임원 성과급을 주식과 연동하기로 한 것은 최근 불거진 위기와 주가 하락에 맞서 보다 책임있는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일부 대기업이 성과급을 수년 후 주식으로 무상 지급하는 제도를 펼치고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자사주 지급량도 줄이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특히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각각 지급 받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했다. 만일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지급 주식 수량도 줄어든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파격적인 성과급 방식을 내놓은 것은 5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진 등 임원의 책임경영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자사주 옵션 제도를 펼치고 있다”며 “주가가 올라가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주식을 가진 직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제도가 고급 인력 유출을 막고 임직원 근로 의욕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자사주 지급을 의무로 규정하면 자칫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며 ”자사주 지급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도입 취지가 훼손되면 안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