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무역전쟁 영향으로 한국이 자칫 중국산 제품의 덤핑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중국에 145%에 이르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에 125% 관세를 매기기로 하는 등 美-中 양국이 관세를 놓고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145%에 이르는 미국 관세를 피하려 한국 등 다른 교역국에 중국산 제품을 싼값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는 ‘덤핑 수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 2001년 이래 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으로 중국발(發) 덤핑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산업에 불통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화학 분야는 물론 철강·기계·목재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중국 반덤핑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보여주듯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총 5건에 이른다. 이는 관련 집계가 공표된 2001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품목별로 반덤핑 조사 신청 사례를 살펴보면 화학 분야가 2건으로 가장 많고 기계·전자, 종이·목재, 통신 등 기타 분야가 각각 1건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싼 가격으로 밀어내기를 하는 의혹이 가장 많은 국가가 중국(3건)”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관세 부과 정책으로 향후 덤핑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받은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라며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이 사실상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다른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기부양에 나선 중국이 수출품 등에 대해 정부 보조금이나 제조업 분야 지원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국 업체도 낮은 가격에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은 저가 중국산 제품 유입이 더욱 본격화해져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신세“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이러한 경고음은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보면 납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예로 베트남은 이달 16일부터 일부 중국 도금강판 제품에 최대 37.13%의 잠정 반덤핑관세를 물리기로 했다“라며 ”EU도 중국산 철강 제품 3종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는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계 산업 구조조정 주춤한 가운데 중국산 덤핑 파도 넘어야 하는 과제 안아

중국산 덤핌 파고에 맞서 한국은 ‘두 가지’ 숙제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우선 재무구조와 성장잠재력이 부실한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덤핑 폭탄을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중국발(發) 덤핑 등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특히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공습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 ‘에틸렌 스프레드(spread, 에틸렌 판매 가격에서 원료 나프타를 뺀 값)는 2022년 하반기부터 계속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9개 업체의 영업적자는 2022년 271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8494억 원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계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의 대규모 유입으로 관련 업종이 더욱 어려움에 빠졌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우려스러운 대목은 중국의 덤핑 공세가 전통적인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우리 업계의 향후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통신 분야도 중국 사정권에 놓여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보여주듯 LS전선은 중국산 단일 모드 광섬유(광케이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올해초 정부에 신청했다.

단일 모드 광섬유는 데이터센터·통신망 등 대용량·장거리 통신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시대의 신성장 업종 중 하나다. 시장 규모도 2029년 98억 달러(약 13조9650억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광섬유를 포함한 LS전선 통신 사업 부문 생산 규모가 2022년 1607억원에서 지난해 71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은 심각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국내에 유입하는 저가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통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상호관세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 무역 화두였던 자유무역주의의 종언을 구한 분수령“이라며 ”우리나라도 자유무역 기조는 지키지만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생각해야 트럼프발 무역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