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400년 역사의 금광, 일본 경제와 산업의 유산
강제노역의 어두운 과거, 전시물로 반영될까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7.27 18:01 의견 0

[이코노미 트리뷴=김용현 기자]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사도광산은 약 400여 년 동안 금, 은, 동 등의 귀금속을 채굴해 온 곳으로, 그 역사적 중요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사도광산은 다양한 시대의 채굴 기술과 광산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며 일본의 경제 및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진=일본 사도광산 공식 사이트]


사도광산은 에도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경제와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기에는 수공 채굴 방식을 사용하다가 점차 기계화된 채굴 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시대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광산 주변의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온 점도 유네스코 등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사도광산은 단순한 채굴 현장을 넘어 당시의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을 잘 보여주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광산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과 채굴 도구, 장비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도광산이 단순한 금광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기술이 융합된 중요한 유산임을 입증했다고 평가받는다.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전원 동의로 결정되었으며, 일본은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추모하고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전시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사진=일본 사도시청 유튜브]


다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에 처했던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복잡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고 관련 전시물을 설치함에 따라 유네스코 등재에 동의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회의에서 "모든 관련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이와 관련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하며, 특히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달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사도광산의 등재에 대해 '보류'를 권고하고 '전체 역사를 반영할 것'을 요구한 이후,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한국 정부는 2015년 하시마 섬(군함도)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번 협상에서는 실제 행동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외교부는 "이번 등재와 관련된 일본의 조치들은 정부가 2015년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등재와 관련한 센터 설치 지연 및 전시 장소와 내용의 미흡성 등 교훈을 토대로 일본과의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 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 조건 등을 설명하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관련 안내판과 브로슈어 등을 통해 한국인 노동자의 삶을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충실하게 역사를 반영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과제로는 한국인 강제노동에 대한 설명이 전시물이나 추도식에서 얼마나 부각될지가 있다. 일본은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할 계획이며, 올해 첫 행사는 9월에 열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지속적으로 이행될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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