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I·데이터센터 발열 문제 대응 및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급성장 중인 140조원 규모 글로벌 HVAC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향후 5년내 140조원대로 커지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잡아라”
삼성전자가 최근 2조4000억원을 투자해 독일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핵심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모바일 등 IT(정보기술)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지만 최근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시장 급성장에 따른 발열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온난화로 냉방 공조 수요가 커지는 최근 추세에 발맞춰 유럽 공조업체를 품에 안았다.
◇삼성전자, 독일 플랙트그룹 15억 유로에 인수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85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918년 문을 연 플랙트그룹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로 현재 세계 67개국에 진출해 기업, 학교, 병원, 가정 등에 공조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7억 유로(약 1조1133억원)인 플랙트그룹은 그동안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랙트그룹은 주요 글로벌 고객이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세계적인 제약업체, 공장설비, 헬스케어, 식음료 등 60곳이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반도체와 가전, 모바일의 대명사인 삼성전자가 공조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은 AI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서버 밀도가 높고 반도체 칩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발열이 심각하다“라며 ”이에 따라 열처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HVAC 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I반도체 제조는 물론 이를 매개체로 생성형 AI, 로봇, 자율주행 등 반도체 활용 범위가 막대하다”라며 “이에 따라 이들 기능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을 사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는 배경에는 성장이 유망한 HVAC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전략도 담고 있다”라며 “특히 플랙트그룹이 기업간거래(B2B) 설루션 제공 경험이 풍부하고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을 대거 갖춘 점도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역설했다.
◇글로벌 중앙공조시장 5년내 약 140조원대로 성장
삼성전자가 이처럼 HVAC 시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향후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업계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지난 2024년 610억달러(약 86조원)에서 해마다 8% 성장해 5년 후인 2030년에는 990억달러(약 139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발열 이슈가 큰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에 441억달러(약 62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플랙트그룹 인수가 향후 성장잠재력이 큰 신흥시장 공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눈여겨 보는 지역은 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들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의 냉난방공조 수요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그는 “세계적인 IT(정보기술)업체는 물론 동남아 지역의 대형빌딩, 호텔, 쇼핑몰 등 HVAC 수요가 큰 분야도 주요 공략 대상”이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는 물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