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상호관세가 1심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법원이 효력 정지를 명령해 관세 부과가 일시 복원되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301조 등 ‘플랜 B’로 관세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관세정책이 하루 만에 되살아났다.
트럼프 상호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향후 펼쳐질 소송 관련에 따른 관세 정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플랜 B’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따라 트럼프 관세를 둘러싼 논란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美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대통령 권한 넘어 무효”...항소법원 “관세 계속 부과 가능”
31일(현지 시각)보도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있는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 상호관세 등을 무효로 하는 판결 집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1심 재판부 판결에 불복해 긴급 제출한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 관세정책이 하루 만에 부활하게 됐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합성마약 펜타닐 대응과 관련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한 10∼25% 관세와 지난 4월 2일 일명 '해방의 날' 발표한 상호관세를 막아달라며 미국 5개 기업과 오리건 등 12개 주(州)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상품에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이에 따라 이의 제기된 관세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미국 무역적자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만성적인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적자가 경제를 마비시키고 이례적이며 특별한 위협을 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라며 ”그러나 재판부는 현재 무역적자가 법률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의제기가 된 관세 명령을 무효로 하고 관련 관세의 시행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이 같은 법원 결정 효력이 원고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쉽게 물러날 트럼프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1심 법원 판결에 즉각 항소해 항소법원에서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어냈는데 성공했다.
◇ 트럼프, 급한 불 끄고 1974년 무역법 등 ‘플랜B’ 추진
1심 재판부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로 당혹감을 금치 못한 트럼프는 항소법원 판결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관세'를 둘러싼 논란과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판결에 대비해 이른바 ‘플랜 B’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1974년 무역법의 122조와 301조를 차례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해 시간을 번 뒤 같은 법의 301조를 적용해 교역국에 대한 개별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구상으로 알려졌다.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교역국에 관세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이 조항을 시행하기 위해 일정 기간의 통지와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301조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중국 관세 부과 등의 근거로 이용됐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1974년 무역법이 IEEPA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더 확고한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날 1심 법원이 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에 제동을 걸며 해당 관세는 실제 "무역의 불균형에 대응한 것"이며 이는 1974년 무역법 122조에 명시된, 보다 좁은 범위의 국제수지 관련 권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날 연방 항소법원이 1심에 제동을 걸고 상호관세 일시 복원을 명령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 트럼프, 사법부와 갈등 치닫아...관세카드 ’4발‘ 더 남아
이와 함께 이날 법원 판단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법원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후 적극적으로 시행한 불법 이민자 추방, 유학생 비자 박탈, 미국 출생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 제한, 성전환자 군 복무 금지, 정부효율부(DOGE) 주도 정부 구조조정 정책에 지속해 제동을 걸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판사 실명을 거론하며 "대통령 권력을 찬탈하려 한다", "어떤 지방법원 판사도 대통령 직무를 맡을 수 없다" 등으로 노골적 비판을 가했다.
백악관도 이에 동참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판결이 나온 직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사법 쿠데타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법원 판결을 계기로 그에게는 아직 4발의 카드가 더 남아 있다“라며 ”무역법 122·301조, 관세법 388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이라고 설명했다.
122조는 심각한 무역적자가 발생하면 상대국에 최장 150일까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301조는 불공정한 해외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허용한다.
이와 함께 338조는 미국을 차별하는 국가 수입품에 대통령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이밖에 무역확장법 232조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수입품 관세에 활용됐으며 이는 이번 법원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232조에 근거한 관세를 "다른 부문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트럼프 관세정책은 앞으로 끝가지 가봐야 알 수 있다“라며”미국 정부와 사법부간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