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스텔스 양적완화' 논란
장기 국채 발행 축소와 단기 국채 증가… 허드슨베이캐피탈의 비판
미 대선 전 경제 부양 의혹… 재무부 강력 부인
이코노미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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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6:06 | 최종 수정 2024.07.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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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트리뷴=김용현 기자]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채 발행 비율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미 재무부가 경기 둔화 가능성에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단기 국채 발행 비중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가 단기 국채 발행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여 경제를 일시적으로 부양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수석전략가 스티븐 미란과 뉴욕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재무부가 단기 국채 비중을 높임으로써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약 0.25%포인트 인하하고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것과 같은 경기 부양 효과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는 단기 국채 발행 비중을 15~20%로 유지해야 한다는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약 22%로 높였다.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무부는 발행한 국채의 84%를 1년 이하 단기채로 공급했다.
단기채(T-Bills)는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로 정부가 단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단기채는 주로 금융 기관이나 투자자들이 단기 자금을 운용할 때 사용된다. 반면 장기채(T-Bonds)는 만기가 10년 이상인 국채로 정부가 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다. 장기채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나 기업의 장기 투자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기채 발행이 증가하면, 단기채의 공급이 증가하여 단기채의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단기채 금리가 상승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증가하지만, 단기채 금리 상승은 주로 금융 기관에 영향을 미치며, 가계와 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장기채 발행이 감소하면 장기채의 공급이 감소하여 장기채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장기채 금리가 하락한다. 장기금리 하락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의 장기 투자 금리를 낮추어,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증가시키고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다시 말해 미 재무부가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을 하면서 동시에 경기 부양 효과를 누리기 위해 단기채 비율은 늘리고 장기채 비율은 줄였다는 것이다.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이러한 단기 국채 발행 증가를 '스텔스 양적완화'라고 비판했다. 전통적인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해 금리를 낮추지만 재무부는 장기 국채 발행을 줄여 동일한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최근 3개 분기 동안 발행하지 않은 장기 국채가 8,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경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치는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시행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과 유사하다. 당시에는 중앙은행이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입해 수익률 곡선을 조절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재무부가 단기 채권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어,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화당은 이러한 조치를 '슈가 하이'에 비유하며,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 없이 겉으로만 경기가 좋아 보이도록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티븐 미란은 "재무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채 발행 비율을 조작하는 것이 일반화된다면, 양당이 모두 이를 시장 조작 도구로 사용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채권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2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경제 여건을 완화하기 위한 그런 전략은 없다고 100% 확신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방안을 논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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