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HBM 수요 급증과 중동 리스크 완화 등에 힘입어 시가총액 200조원을 돌파하며, 2012년 인수 결단을 내린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전략이 빛을 발했다. [사진 = SKT뉴스룸]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3년 전에는 ‘미운 오리 새끼’ 신세였지만 지금은 화려한 백조가 따로 없다"
SK그룹 계열사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24일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시총이 200조원이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358조원) 뿐이었지만 이제 SK하이닉스도 그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이번 결과는 표면적으로 SK하이닉스를 진두지휘하는 곽노정 CEO의 노력의 결실이다.
곽 CEO는 지난해 초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시총 200조원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지 1년6개월여만에 약속을 지켰다.
당시 곽 CEO는 "우리가 기술을 잘 준비하고 개발하고 제품도 잘 준비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재무 건전성도 훨씬 더 높이면 현재 100조원 정도인 시가총액이 더 나은 모습으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며 "내부적으로는 3년 정도 이내에 도전해 볼 만한 목표치가 200조원 정도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시총은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질적인 경영성적표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시총이 시장이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적합성과 향후 성장 잠재력 등을 고려한 척도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가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시총 성적표의 출발점은 13년 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최태원 회장의 ‘야성적 충동’을 꼽지 않을 수 없다.
◇HBM 선전과 중동전 휴전 등 영향 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시총 200조원 돌파는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HBM(고(高)대역폭 메모리)의 수요 급증과 이스라엘-이란 휴전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나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란 휴전 발표 후 24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7.32% 오른 27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28만3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장 마감 기준 SK하이닉스 시총은 202조748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갈아치웠다“라며 ”지난해말 시총 126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여만에 70조원 이상 증가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SK하이닉스의 선전은 HBM 인기도 있지만 이스라엘-이란 휴전에 따른 중동 리스크가 가라앉아 증시 대표주인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몰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을 도왔다“라고 풀이했다.
◇최태원 회장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 그룹 ‘효자’로 우뚝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2012년 최태원 회장이 내린 결단의 결과물로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1983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전자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반도체 제조·판매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현대전자산업은 글로벌 D램 수요 부진으로 경영위기에 빠졌으며 회사 이름을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꾸는 등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2002년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가는 처지가 됐다.
2012년 SK그룹 품에 안겨 'SK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시작은 그룹의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이제는 '우아한 백조'로 거듭날 만큼 급성장을 일궈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인 이후 HBM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신제품을 개발·양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AI 큰손'인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납품한 데 이어 2023년 4월 기존 HBM3 8단 대비 용량을 50% 높인 12단 적층 HBM3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 5세대인 HBM3E를 공급 중이며 이미 올해 물량을 '완판'한 상태다.
또한 차세대인 HBM4은 지난 3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으며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2년 2월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 그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라며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 사업을 키워 이제는 SK하이닉스가 그룹의 최대 효자 가운데 하나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 회장은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것으로 판단해 HBM 등 첨단 제품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과감한 경영 행보도 두드러진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최첨단 분야에서 R&D(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를 통해 AI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최 회장의 과감한 경영 스타일과 미래 대비 전략에 화답하고 있다“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