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 여름휴가에 가져간 책 4권이 던지는 정치사회적 함의는

포용과 포섭.....한국 사회가 필요한 덕목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시민 민주주의’ 강조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편견 없애야
과거 지향적인 미래에 대한 긍정적 자세 역설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7.31 14:26 의견 0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여름휴가 동안 4권의 책을 읽으며 정치와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김동연 경기도지사 인스타그램]


[이코노미 트리뷴=김용현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정치인들도 앞다퉈 휴가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여름 휴가를 맞아도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몇 년 앞두고 향후 유력한 대권 후보자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가 국민적 관심이 되고 있다. 휴식 기간에 국민적 관심이 무엇이고 향후 정치를 어떻게 펼쳐야 하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동연(67) 경기도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의 유력한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동연 지사도 최근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그런데 김 지사가 휴가라는 재충전 기간을 맞아 가져간 4권의 책이 눈길을 모은다. ’오두막‘,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명‘, 그리고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

캐나다 작가 윌리엄 폴 영(William P. Young)이 쓴 장편소설 ’오두막((The Shack)‘은 상처와 고통, 분노를 다스리고 결국 치유와 용서의 길을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맥켄지 필립스(Mackenzie "Mack" Phillips)는 사랑하는 딸 미시(Missy)가 휴가 중 납치돼 살해당하는 참변을 겪는다. 딸이 유괴된 후 살해된 장소인 오두막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맥은 딸을 잃은 후 겪은 슬픔과 분노 극복하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생과 협력이 아닌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한국 정치사와 한국사회도 오두막 소설 주인공 맥처럼 포용하고 용서하는 ‘통섭의 정치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태현 교수가 집필한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는 한국 사회가 겪는 절망을 심도 있게 다룬다. 이 작품은 민주주의 제도가 오히려 비민주적이거나 공동체를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작은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적인 마음 자세’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적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마음과 상상력을 통해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시민이 민주주의 주체라며 시민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시민이 민주주의에 적극 참여하고 공동체 연대를 만들어 참여 민주주의, 숙의 민주주의, 디지털 민주주의 등 현실에 근접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일궈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민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라는 복선을 깔고 있는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속할 수 있는 민주시민 교육과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혁신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긴다.

결국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절망을 극복하는 열쇠라는 얘기다. 이는 여야 정치권의 극심한 대결정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무능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 정치참여가 해법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해법 모색을 고민하는 김 지사의 의지도 읽혀진다.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명'은 장애인의 인권 옹호를 역설한 작품이다. 저자는 장애인으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실격당한’ 장애인과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벽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나가고 있는지를 다룬다. 장애인 변호사 김원영은 모든 인간이 그 자체로 존엄하고 매력적인 존재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김원영은 사회가 부여한 '실격’이라는 낙인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 모두 서로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반목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과 해결의 중요성을 던진 작품이다.

이밖에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개인의 삶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평범함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일상의 소중함과 자아발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주변 사람과 연대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독려한다. 또한 평범한 삶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도 복선으로 깔려있다.

이 작품은 표면상으로는 미래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과 긍정적 자세를 강조하지만 과거지향적인 행태를 꼬집고 있다. 김 작가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고 역설한 것처럼 AI(인공지능) 세계 각국의 달-화성 탐사 등 상상을 초월하는 첨단과학 기술이 쏟아지는데 미래가 아닌 과거에 매몰된 한국 정치권을 저격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들이 여름휴가를 맞아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조하며 각종 근로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정치권에 여름휴가는 한 번쯤 쉬어가며 재충전하고 현안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며 상대방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사색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동연 지사가 한국 정치와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에서 해법을 찾는 모습은 박수칠 만 하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