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중국의 저가 공세와 AI 시대 대응을 위해 GaN 전력반도체 사업을 철수하면서, 삼성전자가 해당 시장 공백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 주목되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대만 TSMC 사업 구조 재편을 활용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을 높여라’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질화갈륨(GaN)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2년 뒤 철수하기로 해 이에 따른 업계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소비전력과 대기 전력을 낮추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반도체를 사용하면 더 오랜 시간 관련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최근 관심을 받는 기술 분야이기도 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TSMC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TSMC의 사업 철수에 따른 공백을 삼성전자가 메울 수 있지만 수익성 확보 등 향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TSMC,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전력반도체 사업 손 들어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기업 나비타스 세미컨덕터는 자사 GaN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가 오는 2027년 7월 말 GaN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을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이번 결정은 장기적인 경영전략의 하나”라며 “TSMC는 GaN 반도체 생산라인을 첨단 패키징 라인으로 바꾸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TSMC가 이처럼 전력반도체 사업을 접기로 한 데에는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전쟁으로 미국 수출 길이 크게 막힌 중국은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난 레거시(구형) 공정 기반 전력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따라 이노사이언 등 중국 주요 IT(정보기술)업체들이 GaN 전력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전력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라며 “이는 중국의 GaN 기반 전력 반도체 분야는 미국, 일본 등과 큰 기술격차를 보이지 않아 중국으로서는 해볼 만한 사업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TSMC, 경쟁 치열한 전력반도체 대안으로 첨단 패키징 시장에 눈돌려

이와 함께 최근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첨단 공정과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TSMC의 사업 철수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올해 하반기부터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라며 “이는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수요가 늘어나 이를 충당할 제품 생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2나노 공정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도 작용했지만 TSMC가 100조원 넘게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팹(Fab,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인력을 대거 투입한 점도 AI 칩 제조와 패키징 노하우를 고도화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하나”라고 풀이했다.

◇TSMC, 사업 방향 조정에 삼성전자 주판알 튕기고 있어

TSMC의 사업 정리에 삼성전자는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분위기다.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삼성전자는 현재 상황이 기회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전력반도체 사업을 정리하면 사실상 오는 2027년 7월31일을 시작으로 GaN 기반 전력반도체 제조가 모두 중단된다”라며“이에 따라 관련 시장의 제품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전자는 지난 2023년 6월 열린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2025년부터 8인치 GaN 화합물 전력반도체 파운드리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라며 “TSMC의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가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풀이했다.

전력반도체 시장은 첨단 기술제품의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GaN, SiC(실리콘 카바이드) 등 재료를 얇고 차곡차곡 쌓아 만든다”라며 “기존 실리콘 반도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력반도체는 전기를 변환할 때 에너지 손실이 매우 적다”라며 “이에 따라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반도체나 전자제품을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GaN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 2023년 2억7100만달러(3800억원)에서 2030년 43억7600만달러(6조2000억원) 시장으로 연평균 49%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력반도체 시장이 2023년 5억달러(6900억원)에서 2032년 64억달러(8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반도체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큰 점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TSMC가 중국의 저가 공세에 사업을 접은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첨단제품에 대한 저가 전략을 펼쳐 기존 주력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신중한 사업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