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사연은

김치 수출량 역대 최대...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몰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 커져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면역력 강화 기능도 눈길
현지인 입맛 맞춘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고객 확대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06 07:19 의견 0
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건강식품 인식 증가와 K-컬처 열풍, 현지화 전략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 홍진경 더 김치]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때 글로벌 무대에서 천대받은 ’미운 오리새끼‘ 였지만 지금은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

김치 얘기다. 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와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치 수출량은 2만39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2800t)보다 4.8% 증가한 역대 최대다. 특히 2015년 1만1500t에 비해선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진영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대미(對美) 김치 수출량은 66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유럽 대륙도 예외는 아니다. 네덜란드로 향한 김치 수출량이13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캐나다에서 판매 실적은 더 놀랍다. 캐나다 김치 수출량은 900t으로 3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수출액으로 따지면 일본이 단연 앞선다.

일본이 2830만달러(약 388억원)로 가장 많았고 △미국 2410만달러(약 330억원) △네덜란드 560만달러(약 76억원) △영국 420만달러(약 57억원) △캐나다 380만달러(약 53억원) 순이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김치는 해외에서 다소 생소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특유의 냄새와 맛을 지닌다. 서양인에게는 이러한 발효 음식이 생소하게 느껴졌고 처음 접했을 때의 강한 냄새와 맛이 거부감을 줬다.

이와 함께 부정적인 언론 보도도 꼽을 수 있다. 일부 해외 언론은 김치 냄새나 발효 과정, 위생 상태에 왜곡된 기사를 써 김치에 대한 오해를 낳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치 특유의 독특한 냄새로 일부 외국인들이 거부감을 보인 김치가 이처럼 해외무대에서 많이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업계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 등 이른바 한류에 대한 세계인 관심이 커지면서 김치 등 한국식품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크다.

두 번째는 전세계에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김치 효능이 이들의 관심을 모은 점을 꼽을 수 있다. 김치는 발효 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를 통해 장 내로 이동해 우리 몸 건강의 기본이 되는 장 건강을 비롯해 면역과 대사 체계,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력 강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김치 인기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는 다양한 유산균을 포함하고 있어 소화기 건강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김치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최근 미국에서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의 효능이 이들의 수요에 딱 들어맞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건(vegan:채식주의자) 식단과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도 세계인이 김치로 눈길을 돌리는 주요인”이라며 “K-컬쳐,K-드라마 등 K-콘텐츠와 K-푸드 열풍으로 김치 수출액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현지화 전략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해외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덜 매운 맛의 김치나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김치를 선보여 해외 현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향후 김치 수출 전망은 어떠할까.

대다수 식품 전문가들은 김치 수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김치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 김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또한 국내 김치업계의 신(新)시장 개척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요 수출국 외에 새로운 시장 개척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품 다양화도 국내 김치업계가 향후 주력해야 할 분야다.

예를 들어 김치 소스, 김치 스낵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소비자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 인기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건강과 문화적 요소가 결합한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김치 수출이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향후 마케팅 전략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 등 현지 유통망에 김치 유통 채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과 판매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품질 관리 및 표준화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치의 제조 공정, 발효 조건, 유통 과정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를 인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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