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컵라면을 끓여온 여비서관을 꾸짖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연 지사 인스타그램에 ‘김동연 격노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난 2일이다.
비서실 여비서관이 회의로 점심을 거른 김 지사를 위해 컵라면을 끓여오자 김 지사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지사라고 이런 것 부탁하는 것 싫어. 우린 이런 룰 깨자고. 그게 너무 답답해"라고 쓴소리를 한 장면이 나온다.
김 지사는 컵라면을 가져온 여비서관의 정성에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여겼는지 컵라면을 먹으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축이 여성 경제활동인구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의 이 영상에 정치권은 벌써 뜨겁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영상이 일반인의 호감을 얻기 위한 위선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쉽게 설명하면 ‘쇼윈도 행보’라는 얘기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그러나 김 지사 동영상의 진정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여성 직원이 정부자치단체에서 상사를 위해 컵라면을 끓여오는 것은 성(性)평등, 직장 문화, 직업윤리 등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등 특정 서열에 특정 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여성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일을 시키는 것은 직업윤리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직무와 관련 없는 일을 직원에게 시키는 것은 직무 범위를 이탈할 행위“라며 ”직원은 고용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개인적인 심부름은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서실 여비서관의 업무에 컵라면 끓이는 일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는 직무 범위 밖이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적절한 일을 시키는 것은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이는 조직 내 불공정한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
이는 직원 사기 저하로 이어져 업무 효율성과 조직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악재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명확한 업무를 분장해 성 평등을 실천하고 직장 내 윤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 만연한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하루빨리 타파되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146개국 중 94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WEF의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는 경제·교육·건강·정치 4개 분야 14개 항목에서 성 평등이 이뤄진 정도를 측정한다.
남녀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2009년부터 15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핀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스웨덴·니카라과·독일 등이 상위 10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보다 20% 정도 낮다. 남녀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하니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9개국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평가하는 ‘유리천장(Glass-ceiling) 지수’에서 한국이 12년째 부동의 꼴찌를 기록했다“며 ”특히 공무원 사회는 여성 차별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성이 공무원의 절반(48%)인데 여성 관리직 비율은 아직 10%대에서 맴돌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간부급인 1∼4급 일반직 공무원 중 여성 비중은 18.8%에 불과해 두꺼운 ‘유리천장’이 여전함을 입증하는 셈이다.
여성 공무원이 늘어나도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남성 공무원과 경쟁이 안된다. 출산과 육아 등 불리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김 지사가 쏘아올린 컵라면 논란은 그냥 한때 해프닝으로 끝나면 곤란하다.
”경기도청 여성 직원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들어왔는데 그런 여성 직원들이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겠나“며 ”여성 직원 중에서 간부도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일을 통해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의 주장은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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