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첨단 방산 기술 유출돼 국가 안보 오히려 위협하는 바보짓 멈춰야

K-2 전차 기술 유출돼 논란 
북한, 국내 항공 정찰기 기술 해킹  
보안 관리 강화해 국가 첨단기술 지켜야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11 16:20 의견 0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5월 22일 루마니아 방산 전시회에 첫 참가하여,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등을 전시하며 중동부 유럽과의 전략적 안보 파트너십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 한화 뉴스룸]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우리나라가 힘들여 개발한 첨단 방산 기술이 최근 해외로 유출하거나 해킹 공격을 받아 방산 보안에 구멍이 났다.

경찰 당국은 최근 K2 전차 주요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방위산업체 관계자 2명과 회사 법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전차의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오염된 외부 공기 유입을 막는 화생방 양압장치 도면과 개발 보고서 등을 경쟁업체로 빼돌렸다. 경쟁업체는 이를 통해 탈취한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 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육군 K2 전차 ‘흑표’는 세계 최정상급 전차로 이른바 ‘K-방산’의 효자 수출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방산·전략 기술인 화생방 양입장치는 전차 내부를 외부보다 높은 압력으로 유지해 화학·생물학 물질과 방사능 유입을 막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냉·난방 기능도 갖춰 전천후 전투 역량을 갖췄다.

이는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위협에 맞설 수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는 무기체계다.

이처럼 탁월한 성능을 갖춘 K-2 전차 덕분에 정부는 2022년 7월 폴란드에 약 20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방산산업 수출을 이끄는 ‘효자’다.

이러한 첨단 무기 기술의 일부가 해외로 넘어간 것은 현대로템 등 관련 기업과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국가 안보에도 손해를 끼치는 ‘적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미래 먹거리인 K방산을 겨냥해 기술 유출에 이어 해킹 공격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보안 관리가 비교적 취약한 중소 협력 방산 기술 업체를 집중 공략해 핵심 기술을 빼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軍)의 핵심 대북 공중정찰자산 백두·금강 정찰기 운용·정비 관련 기술 자료도 북한 추정 세력의 해킹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훔친 우리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의 정찰 자산을 고도화하고 우리 군의 감시를 회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른 안보 위협은 더 커지게 됐다는 얘기다.

방위산업은 우리 국방력 강화와 무기 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전략산업이다. 이를 통해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2000조 원이 넘는 해외 방산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이스라엘-이란 전(戰) 등 전 세계에 신냉전 먹구름이 짙게 깔린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서고 해외 무기 시장에서 수출 기회를 넓히는 데 첨단 방산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술이 해킹당하고 해외로 도둑을 맞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한국형 전투기 KF-21 기술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됐으며 국내 잠수함 설계 도면이 대만으로 도둑맞은 일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우리 방산업체 10여 곳의 자료를 1년 반 넘도록 해킹해 온 사실도 충격적이다.

첨단기술을 개발해 국가를 수호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첨단 방산 기술을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만 140건에 이르고 그 피해액은 무려 33조원이 넘는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방산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핵심 산업 분야에서 기술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금까지 국내 대법원이 기술 유출 범죄에 내린 최대 형량은 5년이 고작이다. 심지어 기술 유출 사건이 대부분 집행유예나 1~2년 실형에 그쳤다.

경제안보 시대에 첨단기술은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

이에 따라 방산 기술을 빼돌리는 것은 사살상 간첩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행법상 간첩죄는 사형, 무기징역, 7년 이상 징역 등 중형이 가능하다. 그런데 형법 98조1항은 간첩 행위 대상을 적국, 즉 북한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기밀이나 국가전략기술이 유출돼도 북한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과 대만은 국가전략기술 유출까지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한다. 우리도 첨단기술 유출에 간첩죄 수준으로 엄하게 다룰 때가 됐다.

이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은 첨단 방산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규제와 지원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도 기술 유출과 북한 해킹을 막기 위한 ‘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 등 관련법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방산업체의 보안 관리 강화도 시급하다.

대형 방산업체는 물론 중소 협력업체의 ‘보안의 문’이 더욱 단단히 닫히고 기술 유출을 시도하거나 빼돌린 이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피 땀흘려 개발한 첨단 방산기술을 해외 경쟁업체와 북한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죽 쒀서 개 주는’ 한심한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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