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9주년 맞아 한국 경제 잠재력 더 끌어올리는 국가적 시너지 절실

지난 79년간 선진국과 문화강국으로 우뚝
일본 소부장 폭거 원천적으로 막을 기술력 향상 시급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하는 일본 보폭에도 신경써야
정치-경제-문화에서 일본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극일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15 13:41 의견 0
한국은 지난 79년 동안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극복하고 경제와 문화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나라로 성장했지만, 일본과의 경제적 경쟁에서 더 강력한 대응과 미래 지향적 발전이 필요하다. [사진 = 한국저작권위원회]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오늘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79주년을 맞은 광복절이다.

한국은 지난 79년간 질곡의 역사를 걸어왔다.

일제 식민지 체제에서 벗어난 지 몇 년 안돼 6·25전쟁을 겪어 나라 전체가 한 줌의 잿더미로 전락했다. 그러나 한국은 5000년이 넘는 위대한 역사를 가진 국가에 걸맞게 지난 80여 년간 놀라운 성장을 보여왔다.

세계 최빈국이라는 굴욕을 딛고 놀라운 교육열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육성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용해 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외교력을 넓혀 이제는 경제, 문화, 외교, 과학 등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경제지표도 지난 8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노력에 보답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1조8000억달러로 2조달러를 향하고 있고 1인당 GDP는 3만5000달러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만 주목할 만한 나라에 그친 게 아니다.

이른바 'K-팝'으로 불리는 한류 열풍은 한국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젊은층을 매료하는 문화 신드롬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경제발전 외에 다른 나라를 사로잡는 문화적 요소인 '소프트 파워'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이 지난 수 십 년간 보여준 족적은 박수칠 만하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갈수록 녹록지 않다.

특히 한때 우리의 자유와 민족적 자긍심을 빼앗았던 일본은 한일 관계 악화를 빌미로 지난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는 어처구니 없는 외교적 횡포를 저질렀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의존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이를 일본이 교묘하게 악용해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경제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는 2019년 일본 폭거에 맞서 핵심전략 기술을 현재 150개에서 200개로 대폭 늘리는 등 소부장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이와 같은 대응책에 힘입어 그동안 핵심 소부장 부문을 발 빠르게 국산화해 소부장위기를 넘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황당한 조치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줬다.

핵심 소부장을 육성하지 않고 일본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국내 반도체 등 알토란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부장 부문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일본에 비해 뒤처진 기술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숙제도 우리에게 남겼다. 소부장이라는 무기를 휘둘렀던 일본이 이제 반도체 산업 부활을 외치고 있는 점도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이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민관을 합해 642억 달러(약 88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일본은 도요타, 소니, 키오시아 등 대기업 8곳이 손잡고 세운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정부 보조금 9200억엔(약 8조1000억원)을 제공해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강화가 당장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도 1980년대 반도체 세계 최강국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최근 행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게 현실이다. 한국과 대만 TSMC에 이어 중국 반도체 업체 등 치열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활을 내걸고 있고 심지어 인도 정부도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치고 있어 세계 반도체 업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정치권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정치적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도체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이른바 'K칩스법'도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현실에 'K칩스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없던 일로 끝났다.

향후 국가 간 외교관계는 과거 일제 강점기와 같은 형태가 아닌 산업이 주도하는 국가 간 종속관계 모습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국이 국가와 정치권이 앞장서서 핵심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여의도 정객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정치적 화두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 정치권의 모습은 미래로 향하는 길이 아닌 '과거 집착', '내로남불', '경제가 아닌 정치적 매몰'이라는 한심한 장면만 연출한다. 미래가 아닌 과거라는 동굴로 향하는 모습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 정치권은 일본의 과거 폭거에만 매몰하지 않고 경제적-문화적-사회적으로 일본을 압도하는 소프트파워 육성을 적극 도와야 한다.

각국이 달과 화성 등 우주탐사 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동학혁명이나 일제 강점기 등 과거지향적 화두만 남발하는 것은 광복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을 애써 외면하는 행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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