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세계 정상 노린다 ⓵] 전기자동차 배터리 ‘깜깜이 정보’ 없애 전기차 신뢰도 높여야

인천 벤츠-용인 테슬라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 형성
고급 수입차에 값싼 중국산 배터리 탑재해 소비자 불만 커져
전기차 ‘캐즘’에 화재 잇따라 전기차 판매에 큰 영향 줄 수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정보 공개해 소비자에게 ‘알 권리’ 줘야
정부의 현실적 정책 수립으로 막연한 ‘전기차 공포증’ 막아야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18 10:43 의견 0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빈발해 소비자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가운데 화재 사고가 나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화재 사고가 조사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코노미트리뷴>은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전기차 배터리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과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며, 배터리 안전성 문제와 관련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Pexels]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자동차 화재가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내면서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과 반발이 커지는 ‘전기차 포비아’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출발점은 벤츠코리아다.

벤츠코리아 전기자동차는 얼마 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를 일으켜 주변 시설에 피해를 줘 충격을 줬다.

이와 함께 지난 16일 오후 7시 40분경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길가에 있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차량 화재를 진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엄밀하게 따지면 전기차 화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전기차를 둘러싼 화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벤츠와 테슬라처럼 이른바 고급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를 살펴보니 값싼 중국산 배터리 제품이 탑재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벤츠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EQE, EQS 등에는 중국 업체 CATL 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특히 이번 화재를 일으킨 벤츠 전기 세단 EQE는 중국 CATL 배터리가 설치됐고 나머지 350+, AMG 53 4MATIC+, 350 4MATIC에는 화재 차량에 탑재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적용됐다.

더 놀라운 점은 최상위 전기 세단 모델 EQS 350에도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했다. EQS의 나머지 트림에는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EQS SUV와 마이바흐 EQS SUV에도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분노와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수입 명차에 값싼 중국산 배터리가 달려 있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고급자동차에 걸맞 명품 배터리를 설치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공분했다.

소비자 B씨는 “자동차는 독일 명품 브랜드라고 강조하지만 전기차를 움직이는 심장이나 다름없는 배터리가 제일 싸구려인 중국산이라면 벤츠 명성에 도움을 주나”라고 꼬집었다.

특히 전기차가 대부분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있는 충전 시설에 주차해 화재가 나면 주변 차량에도 큰 피해를 줘 우려를 낳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 화재로 피해 차량 140여 대, 이 가운데 전소된 차량만 72대”라며 “전체 피해액이 100억 원 이상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감소)현상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 상반기에 60만 대를 넘어섰다.

차량 증가와 함께 화재 발생 건수도 늘어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지난해 72건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총 139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가솔린이나 경유 등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더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소방청이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화재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0.01%로 내연기관 차량 0.02%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기차는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1000도 이상 올라가는 이른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천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아파트 지하주차장 이용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전기차는 대표적인 친환경 차량이다. 최근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차세대 모빌리티(이동수단)의 성장을 멈추는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되는 것은 멈춰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사실상 모든 브랜드가 배터리 제조사를 일제히 공개하기로 최근 방침을 세웠다.

전기차 업계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점은 다소 늦었지만 올바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차량 판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정부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전 대구 광주 등 5개 광역지자체가 청사 내 지하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없애고 지상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하 화재 때 소방차 진입이 안 돼 진화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아파트 등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만만치 않다.

요즘 아파트는 주차장이 대부분 지하에 있고 지상 주차장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여서 주차 공간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또한 빌딩이 밀집한 도심도 지상에 전기차용 주차나 충전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할 만한 대목이다.

서울시가 배터리 충전율 90% 이하인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기로 한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충전율을 낮춰야 화재 위험이 적다는 게 서울시 측 입장이지만 배터리 용량을 일정 수준까지 차도록 해주는 인프라가 없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차 안전 규제를 내놓겠지만 인프라 등 관련 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오히려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는 기준과 관련 규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주차장 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의무화와 배터리 제조사와 제품명을 공개하는 ‘배터리 실명제’도 고민해봐야 할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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