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커지는 반면,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멈춰섰던 상법 개정안이 3일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 등 일부 에서는 이번 조치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결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기업 경영권이 행동주의 펀드 등 외국계 투기자본에 자칫 위협을 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국회, 상법 개정안 통과...이 대통령 ‘코스피 5000 시대 준비’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뜨거운 쟁점이 됐던 ‘3%룰’ 확대도 이번에 포함됐다.
3%룰은 상장사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3%룰은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막고 소수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거부권 행사 없이 발효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한 사항”이라며 “이 대통령은 최근 주식을 부동산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은 이날(3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점도 상법 개정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이 잘 돼 가는 것 같다"라며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과 주가조작 등 부정요소 제거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 수준 20% 재평가 될까
증권업계도 일단 환영하는 모습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3%룰은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 반대급부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조치"라며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을 지속한 것은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과 높은 거버넌스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상법 개정과 같은 제도 개선책으로 기업의 자기자본비용(COE) 가운데 거버넌스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서치센터는 또 한국 증시의 PBR 리레이팅(재평가) 여력은 약 10% 수준이고 최근 거버넌스 리스크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높아진 것을 감안할 때 20% 수준까지 리레이팅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외국 투기자본 세력에 기업 경영권 위협 가능성 남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는 3%룰 등 특수 조항이 행동주의 펀드 등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내기업 경영권 위협을 부채질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3%룰이 도입되면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기 세력이 적은 지분만으로도 이사인 감사위원 자리를 확보해 우리 기업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미국발(發) 관세전쟁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기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와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그러나 상법 개정안 등 최근 행보를 보면 현 정부가 진정으로 실용주의적 경제정책을 펼칠 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단기 수익만을 고집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권에 무차별 공격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라며 “이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