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추석 연휴 맞아 협력사에 대금 일찍 지급해 얻는 ‘4마리 토끼’

협력사에 대금 일찍 지급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나서
삼성, 협력사에 물품 대금 8700억원 조기 지급
SK, 납품 대금 3272억원을 일찍 지급...전통시장 상품권 137억원 어치 구매
현대차, 협력사에 대금 조기 지급해 CSR 실천에 앞장 서
LG, ‘상생결제’ 제도 활용해 협력업체 자금 부담 크게 줄여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9.16 19:43 | 최종 수정 2024.09.16 20:00 의견 0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추석을 맞아 협력사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전통시장 상품권 구매 등 CSR 활동을 강화하여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실천에 본격 나선다. 이들은 중소 협력업체 자금 유동성이 원활해지도록 추석 명절 전 협력사 대금을 일찍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은 또한 온누리 상품권을 내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원책도 속속 내놔 ‘대기업-중소기업-지역경제’가 상생하는 경영을 펼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추석을 맞아 협력업체 물품대금 8700억원을 조기(일찍) 지급해 국내 경기 활성화를 돕는다. 삼성은 협력회사가 자금 부담을 덜 느끼도록 하기 위해 8700억원 규모의 물품 대금을 추석 연휴 이전에 조기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웰스토리, 제일기획 등 12개 관계사가 참여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주요 관계사는 협력 회사가 자금을 계획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2011년부터 물품 대금 지급 주기를 기존 월 2회에서 월 3∼4회로 늘려 지급하고 있다”며 “또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삼성은 임직원 대상 '추석 맞이 온라인 장터'를 열어 관계사 자매마을 특산품,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생산 제품 등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86곳이 온라인 장터에 참여해 한우 세트, 과일 등 120여종 상품을 판매한다. 온라인 장터에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등 17개 관계사가 참여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매년 명절마다 전국 사업장에서 오프라인 직거래 장터를 열어 상품 판매를 지원했다”며 “그러나 몇 년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영향으로 2020년 추석부터 온라인 장터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 임직원은 온라인 장터에서 올해 설과 작년 추석 합계 총 65억원 상당의 상품을 구매해 지역 경기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고 강조했다.

재계 2위 SK그룹은 추석을 맞아 협력사에 납품 대금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지급했다. SK그룹은 협력사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납품 대금 약 3272억원을 조기 지급한 데 이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약 137억원 상당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도 구매했다.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SK하이닉스(1210억원)와 SK텔레콤(1260억원), SK C&C(400억원), SK실트론(276억원), SK에코플랜트(94억원), SK케미칼(24억원), SK머티리얼즈(8억원) 등 관계사 7곳이 참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명절 전후로 원자재 대금, 직원 상여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며 “SK그룹은 매년 설과 추석 전 협력의 자금난 해소를 돕기 위해 납품 대금을 일찍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질세라 현대차그룹도 추석을 맞아 협력사에 2조3843억원을 일찍 지급하는 등 협력업체 챙기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들이 각종 임금이나 원자재 대금 등 명절 기간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자금 운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납풉 대금을 빨리 지급하는 등 CSR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조기 지급 대상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에 부품·원자재·소모품을 납품하는 6000여 개 협력사다. 현대차그룹은 해마다 명절 전 협력사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납품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도 각각 1조9965억원, 2조1447억원의 대금을 조기 집행했다.

LG도 추석을 맞아 협력사 납품 대금 조기 지급에 나서 협력업체 챙기기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LG는 협력사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9500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을 예정일보다 최대 14일 앞당겨 추석 연휴 전에 조기 지급했다. 납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D&O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이는 원자재 대금을 비롯해 추석 연휴 상여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추석 명절에 협력사의 안정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협력사가 만기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일 전에도 대기업 신용도 수준의 낮은 금융비용으로 결제 대금을 일찍 현금화할 수 있는 ‘상상결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지난해 1년 동안 LG 계열사가 집행한 상생결제 가운데 2차 이하 협력사에 전달된 금액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에서 상생결제를 통해 2차 이하 중소 협력사들이 받은 총금액(약 3조3000억원)의 40%에 이른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중소 협력업체에 물품대금을 일찍 지급하는 데에는 크게 4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대기업과 달리 자금 회전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명절에 직원 보너스 지급이나 원자재 구매 등으로 자금 수요가 급증하기 마련”이라며 “대기업의 대금 조기 지급은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와 협력해 장기적인 파트터십을 구축하는 등 상생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고 △기업이 경제 주체로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CSR을 실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 진작 등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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