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지난 8년 동안 멈췄던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정부 기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최근 경상북도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수원이 2016년 6월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다. 그동안 국내 신규 원전 허가는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이후 중단됐다.
신한울 3·4호기는 1400㎿ 용량의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으로 현재 운영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기본 설계가 같다. 총사업비는 11조 6804억 원 규모다.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허가는 현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과제로 ‘탈원전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는 건설 허가를 얻어 착공에 들어가면 오는 2032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은 총 30기로 늘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과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에 따른 전력 수요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백지화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되살아나 마침내 첫 삽을 뜨게 된 신한울 3·4호기는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까지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건설 허가 신청 1년여 만인 2017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건설사업을 중단해 심사도 멈췄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후 2022년 건설사업 재추진이 이뤄져 심사가 재개돼 마침내 건설 허가가 이뤄진 셈이다. 한수원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발맞춰 신한울 3·4호기 건설 완공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원전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업종 가운데 하나다.
원전 기술력과 안정성에서 전 세계 에너지전문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체코 등에 원전을 수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前)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에너지 정책으로 국내 원전 산업은 생태계가 무너지는 지경까지 갔다.
이러다 보니 원전 업계는 국내에는 신규 원전 발전소를 짓지 못하는 가운데 해외 시장 진출에 주력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는 우리가 가진 최고 기술 역량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살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의 비이성과 비과학이 결합한 어리석은 결정이 국내 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셈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업종을 고사시킨 행태에 대해 당시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통철한 반성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전 시설이 되살아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최초 탈(脫) 원전 국가로 알려진 이탈리아가 1990년 원전 폐기 후 35년 만에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한 데 이어 영국, 스웨덴, 루마니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헝가리, 튀르키예, 네덜란드, 핀란드 등 거의 모든 유럽국가들이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는 등 ‘원전 부활’이 본격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함께 원전은 AI 시대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에 부응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존 반도체는 물론 데이터,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총아는 모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기 소모량이 큰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발맞추려면 친환경적이며 안정적인 원전 확대가 필수다. 이는 우리 정부와 관련업계가 원전 산업의 첨단화와 기술 초격차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의 정치 이념에 무너진 원전 생태계가 다시 일어나 해외시장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재계는 물론 정치권도 협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특별법 처리 등 원전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탈원전이라는 비현실적인 환상에서 벗어나 ‘K 원전 르네상스’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재계가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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