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풍-고려아연 분쟁 (2)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치킨게임’ 되나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 매수가 올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에 맞서 매수가 인상 가능성
양측 경쟁에 주주·기관투자자 어느 편에 설지 ‘촉각’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0.07 14:20 의견 0

최근 국내 재계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모으는 기업이 영풍과 고려아연이다. 두 업체는 지난 70여 년간 굳건한 협력자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최근 두 회사가 경영권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셈이다. 이에 따라 이코노미트리뷴은 두 업체가 오랜 협력을 뒤로하고 갈등 양상을 보이는 원인과 주요 현안, 그리고 향후 전망을 4회에 걸쳐 기획기사로 다룬다. [편집자주(註)]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서 서로 매수가 인상 경쟁을 벌이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 = 고려아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갈등을 보이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모두 사모펀드를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과거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외국에 헐값에 매각하거나 인수 조건을 지키지 않는 등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가 경영난에 처한 기업에 도움을 주는 ‘백기사’가 아닌 거액의 차익만 추구하는 ‘먹튀 세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 매수가 83만원으로 올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영풍·MBK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다시 올라면서 경영권 분쟁이 자칫 치킨게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마감일은 4일이었다. 그러나 영풍·MBK가 이날 매수가를 다시 조정해 마감일도 열흘 뒤인 오는 14일로 미뤄졌다.

애초 시장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지난 2일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18%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시점부터 MBK 측 매수가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주가가 이날 주식시장에서 개장 직후부터 75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영풍-MBK 매수가를 뛰어넘어 영풍·MBK는 매수가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영풍-MBK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맞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풍-MBK가 이날 수정한 가격과 조건이 최 회장이 내놓은 것과 정확히 같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가격인 83만원과 같은 가격을 영풍-MBK가 내놓은 상황”이라며 “이는 양측이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 추구가 기업 목표인 MBK 등 사모펀드로서는 최 회장 조건을 뛰어넘는 가격을 내놓으려면 수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공은 최 회장 측 코트로 넘어갔다”고 풀이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MBK 맞서 매수가 인상 카드 ‘만지작’

영풍-MBK 역습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매수가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다.

최 회장 측이 마감일인 오는 14일 이전에 자사주 매수가를 83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기 자금과 1조1635억원의 차입금을 마련하는 등 모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태세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공개 매수하려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300억원까지 합치면 자금 동원 규모는 4조6000억원대에 이른다.

문제는 영풍-MBK에 맞서 매수가 인상 카드를 계속 내놓을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4조6000억원에 이르는 든든한 자금줄을 갖고 있어 영풍-MBK 공격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자사주 인상은 최 회장으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양측이 지금과 같은 매수가 인상 경쟁을 펼칠 경우 자칫 양측이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풍-MBK와 고려아연이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 양쪽 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도 주요 관심사”라며 “양쪽의 명분이 회사 발전에 부합하고 있는 지도 이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치킨게임’ 결말 ‘해피엔딩’ 아냐

관련업계는 양측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을 펼쳐 이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5조원에 육박하는 ‘쩐의 전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양측 가운데 누가 이겨도 회사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주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 가운데 승자는 치킨게임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이 미래 사업 투자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벼랑끝 대치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양측이 75년 간 이어진 끈끈한 동업 관계를 휴지조각처럼 내던지고 원수지간이 된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며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만나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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