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식비 부담이 최근 5년간 40% 급증했으며, 기상이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환율, 관세 인상 등 4대 악재로 인해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 = PIXABAY]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식품과 음료 등 이른바 ‘먹거리’ 가격이 최근 수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특히 서민층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의 식비 부담이 최근 5년간 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2~5분위 식비가 평균 25% 안팎 늘어난 점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세이다.

이른바 ‘소득 5분위 배율’은 전체 가구 소득을 5개 그룹(분위)로 나눠 △1분위가 소득 하위 20%인 서민층이고 △2~4분위가 소득 중위층(60%) △5분기가 소득 상위(20%를 뜻한다.

이처럼 먹거리 가격이 치솟는 데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상이변과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高)환율과 △미국의 ‘관세폭탄’이 이어져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먹거리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低)소득으로 가뜩이나 생계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층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민계층, 가처분소득 약 절반이 식비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연간 지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가 식비로 쓴 금액은 월평균 43만4000원이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27만4000원, 외식 등 식사비에 16만원을 각각 썼다.

1분위 식비는 △2019년 31만3000원에서 △2020년 34만2000원 △2021년 37만6000원 △2022년 39만9000원 △2023년 40만6000원 등으로 늘었다.

이는 소득 하위 식비가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12만1000원(38.6%) 증가했다. 약 4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증가세는 전체 가구 평균은 물론 다른 소득분위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전체 가구의 식비는 2019년 66만6000원에서 지난해 84만1000원으로 17만5000원(26.3%) 늘었다.

식비 부담 증가는 1분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과 지난해 식비는 △2분위(48만6000원→ 60만9000원)으로 12만3000원 증가(25.3%) △3분위(66만→ 80만6000원)으로 14만6000원 증가(22.1%) △4분위(82만8000원→103만3000원)으로 20만5000원 증가(24.7%) △5분위((104만3000원→132만5000원)으로 28만3000원 증가(27.1%)를 나타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기 단위로만 집계되는 처분가능소득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월 103만7000원“이라며 ”이는 처분가능소득의 45%를 식비에 썼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먹거리 가격, ‘4대 악재’로 상승세 이어가

식비 부담 증가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는 데에는 ‘4가지 악재’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상이변을 꼽을 수 있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으로 작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각종 식품류에 들어가는 재료값이 치솟고 있다.

한 예로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가 기상 악화에 국제 시세가 최근 2년간 4배 이상 급등했고 견과류도 6년 새 2배 가까이 오르고 있다. 이는 완성품인 과제나 초콜릿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식품 가격 급등의 주범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유럽 최대의 곡창지대다. 이 나라는 또한 옥수수, 밀, 보리 등 곡물 수출량이 세계 5위 안에 든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전에는 우크라 곡물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전쟁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수확 등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라며 ”전쟁이 빨리 끝나야 수입 곡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도 먹거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무역 결제는 거의 80% 이상 달러로 처리한다“며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해외에서 수입하는 곡물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 전쟁’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유럽과 중국, 중남미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반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치솟은 농산물 가격도 관세 인상 영향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낮은 곡물 자급률로 식품 가격 급등세 꺾지 못해

우리나라 곡물자급도가 낮은 점도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 급등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이 낮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022년 기준 49.3%로 절반에 못 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자급률은 더욱 심각하다.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식량자급률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3개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10여 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밀과 옥수수는 곡물자급률이 0%대이며 콩도 한 자릿수“라며 ”밀은 라면과 국수, 빵, 과자 등에 들어가고 수입 콩은 장류, 식용유, 두부의 원료“라고 설명했다.

그는 ”옥수수는 액상과당 원료로 음료에 들어가고 특히 옥수수는 사료 원료로 쓰여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일상에 수입 원재료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우리가 흔히 먹는 빵을 비롯해 토스트, 파스타, 커피에 들어가는 원료인 밀가루, 버터, 바나나, 커피, 오렌지 농축액 등은 모두 수입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해결책을 찾더라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기상이변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이어지면 식품가격 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해법을 찾는다면 우리가 마련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있다“라며 ”하지만 이 법규가 강제성이 없는 데다 농촌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와 정치권, 학계와 사회가 식량안보를 지킬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올해에도 식품가격 급등은 계속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