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호주 질롱 ‘아발론 에어쇼(Avalon Airshow) 2025’에 참가한다. 아발론 에어쇼(Avalon Airshow)는 호주에서 열리는 남반구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전시회다. [사진 = 한화 시스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국 방위산업이 최근 전 세계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지만 향후 사업 영토를 더 넓히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4가지에 이르는 선결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국내 방위산업은 최근 몇 년간 훈풍을 맞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폴란드,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자국 방위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 한국 무기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을 전 세계 교역국에 던지고 있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이른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에 토대를 두고 있다.

상호관세는 한 국가가 특정 국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때 상대국도 이에 맞춰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뜻한다. 이는 무역 균형을 맞추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사실상 ‘보호무역주의’의 한 형태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교역국과 이른바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해군 함정 경쟁력 강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미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향후 30년간 약 1500조원을 쏟아부어 해군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라며 “이에 따라 미 함정 MRO 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알토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에 손을 내밀어 함정 시장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방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에 힘입어 한국은 오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방산 수출 목표액은 200억달러(약 30조원)로 정하고 수출 대상국과 무기 품목을 다변화해 세계 방산수출 점유율을 5%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가 성장을 이어가려면 크게 4가지 분야에 대한 보완 및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외국 방산 업체에 유럽산 무기 부품 구매-유럽내 생산 등 ‘견제구’

한국 방산업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최근 이른바 ‘바이 유럽피언(Buy European)’ 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바이 유럽피언 정책의 핵심은 외국 방산업체가 유럽에 무기를 판매하려면 유럽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Plan) 정책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향후 5년간 8000억유로(약 1267조원) 이상을 투입해 EU 회원국 무기 보유를 늘리는 것이 ‘큰 그림’을 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무장의 요체는 바이 유럽피언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유사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를 보여주듯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8일 덴마크 왕립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유럽 내 국방 관련 일자리와 연구개발(R&D)가 이뤄지도록 더 많은 유럽산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EU는 유럽 재무장 예산 가운데 1500억유로(약 237조원)를 유럽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는 무기에 대출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EU 회원국이 한국 등 비EU 회원국 무기를 살 때 완제품 가격의 65%에 해당하는 부품이 EU 회원국이나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테두리, 혹은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라며 “이러한 조건은 유럽 방산기업은 물론 한국기업에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방산업체는 EU집행위가 원하는 무기 물량을 2030년인 향후 5년내 공급할 만한 생산능력이 없어 외견상으로는 한국에 유리한 조항인 것처럼 보인다”라며 ‘유럽산 무기 부품 요구는 한국 방산업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무기 보호무역주의‘정책을 추진해 유럽 내 무기 생산 시설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K-방산‘에 투입되는 방산용 반도체 모두 외국산

국내 방산업이 명실상부한 세계 ’톱4‘가 되기 위해 첨단무기의 ’두뇌‘인 반도체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방산 무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모두 수입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도무기, 레이더 등 54개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방산용 디지털 집적회로(IC)는 모두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IC는 이진수(0과 1) 형태로 표현되는 신호를 처리해 복잡한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 반도체“라며 ”54개 무기체계에 적용된 반도체 품목 6945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1793개, 25.8%)을 차지할 정도로 무기체계 핵심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방산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도 90%를 넘었으며 특히 전원반도체의 해외 의존율은 99.5%“라며 ”전체 방산 반도체 해외 의존율은 98.9%“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방산 반도체 대부분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라며 ”수입국 비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5.7%로 가장 많고 유럽(8.4%), 일본(2.6%)이 뒤를 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이 최근 호조를 띄고 있다고 하지만 무기가 첨단화할수록 반도체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지금처럼 국산용 반도체 적용이 0%라면 K-방산의 첨단화와 경쟁력 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기 첨단화 필요한 AI-빅데이터 접목할 전력 부족

인공지능(AI)이 보급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첨단무기 개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국방 AI사업‘과 ’무인화 무기‘에 필요한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기존 전력망은 전장(戰場)을 이동해야 하는 군사 특성을 감안해 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요 방산기업은 AI·무인화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라며 ”KAI가 합성 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 젠젠AI에 지분을 투자해 차세대 항공기 자율비행 및 AI 기반 정비 예측 기술을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에 질세라 한화그룹 방산 3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주관 간담회에서 AI·무인화 기술 개발 로드맵을 제시했다“라며 ”AI 기술을 적용한 최초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LIG넥스원도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방산업계 최근 화두는 단연 기술 첨단화“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무기체계에서 AI 및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늘어나면서 군(軍) 전용 전력 공급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 전투 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판단과 대응조치가 필요해 국방AI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라며 ”그러나 군대 특성상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더많은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우리 산업을 살펴보면 전력이 비교적 부족한 편“이라며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무기체계와 감시·정찰 장비 무력화 등 군사 지휘 통제가 이뤄질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이동하는 특성에 맞춤형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소형 이동식 원자로 등 첨단 전력공급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저가형 무기가 아닌 고비용-첨단 무기 수주 나서야

한국 방산업계가 더 높이 도약하려면 현재의 비교적 저가형 무기 수주가 아닌 고비용-고부가가치 무기 사업을 따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무기 상품은 대부분 저가형 범주에 머물고 있다“라며 ”이는 미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무기를 해외에 수출하면서 한국 등에 기술 규제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한국은 장갑차, 자주포 등 비교적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러나 한국 방산기업이 지속적인 성정을 하려면 AI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한 첨단무기 개발에 나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