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한국·중국·일본이 한중일 FTA 추진을 재개하며 동아시아 자유무역체제 구축에 나선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이른바 ’관세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이 역내 자유무역을 적극 강화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월 2일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혀 이들 3개국이 자유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 무역 질서를 유지하며 3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 등 3개 국가가 역내 FTA를 처음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FTA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각국의 첨예한 경제 이익 때문에 그동안 큰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추진해 이에 따른 세계 자유무역주의가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이를 계기로 3개 국가가 자유무역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한국-중국-일본 FTA가 결실을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신냉전’ 속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고 중국과의 경제통합에 따른 이해득실을 놓고 한구과 일본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한중일 FTA, 2019년 12월 이후 6여 만에 다시 논의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중일 경제·통상 수장들이 3월 30일 서울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번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는 지난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회의를 개최한 후 6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급),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장관급)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한중일 FTA 협상,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전, 공급망 안정 협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업종별 관세·국가별 상호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3개국 회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맞서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자유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3개국은 개별 양자 회담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 3월 29일 중국 상무부장과, 30일에는 일본 경제산업상과 회담을 가졌다.
이와 함께 중국 상무부장과 일본의 경제산업상도 30일 회담을 열었다.

◇ 트럼프 발(發) 보호무역 맞서 3개국 자유무역 체제 중요성에 한 목소리

국제사회는 이번 3개국 경제장관회의가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에 대한 ‘공동 해법 찾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점친다.

업계 관계자는 “3국 장관이 공동성명에서 "규칙 기반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자유무역주의 체제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들 장관들은 한중일 경제·통상 협력을 한 단계 더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한중일 FTA 추진에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3개국 가운데 중국이 FTA 추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트럼프발(發) 관세 만능주의에 맞서기 위한 해법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중일 3국 간에는 한중 FTA만 가동되고 있다“라며 한중일 3국 FTA 협상은 과거에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아 다시 논의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대응책 차원에서 3개국 자유무역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전략에 한국도 타격이 적지 않다”라며 “그러나 미국과 거대한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가장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라고 설명했다.

2024년말 기준으로 미국 상무가 발표한 미국 무역적자액 상위 10개국을 살펴보면 중국이 2954억달러로 세계 1위이며 ◇2위 멕시코(1718억달러) ◇ 3위 베트남(1235억달러), ◇6위 대만(739억달러) ◇7위 일본(685억달러) ◇8위 한국 660억달러 순이다.

◇ 3개국 FTA 체결되면 명목 GDP 25조 달러로 세계 2위 단일 경제권...FTA 탄생까지 갈 길 멀어

한국-중국-일본 간 FTA는 아직은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개국이 점증하는 미국 보호무역에 대한 대응책으로 FTA를 정식 체결할 경우 미국에 맞서는 세계 제2 경제권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말 기준으로 중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은 19억5350만달러로 세계 2위다.

일본은 지난해 말 명목 GDP가 4조700억달러로 세계 4위, 한국은 1조9480억달러로 12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국 GDP를 모두 합치면 25조553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난해 명목 GDP가 29조1680억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등 동아시아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국”이라며 “FTA가 체결되면 세계 최대 수준의 단일 경제권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들 3개국이 FTA라는 단일 경제블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우선 3국이 서로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전쟁의 출발점이 중국의 거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라는 점에서 가장 다급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3개국 가운데 역내 FTA를 가장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핵심 수출시장이며 중요 공급망 협력국인 중국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라며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자유무역 체제를 당장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의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상황을 활용해 중국에 공급망 관리, 수출 통제 등 무역장벽을 없애는 전향적인 조치를 먼저 요구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