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국내에서 이른바 ‘로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 메인보컬 로제가 최근 발간한 싱글 앨범 수록곡 ‘아파트(APT) 얘기다.
로제가 지난 18일 음원을 처음 공개한 후 동영상 채널 ’유튜브‘에서 5일 만에 조회사 1억회를 돌파해 ‘글로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위에 올랐으며 영국 오피셜 차트 톱100에서 4위로 진입했으며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핫 100 8위를 기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성장한 로제가 직접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특히 미국 팝가수 브루노 마스도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특히 마스가 음악에 맞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로제 ‘한국판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 만들어야
로제의 아파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미국 최고 인기가수가 국내 가수와 협업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흔히 ‘21세기판 마이클 잭슨’으로 불리는 브루노 마스가 로제라는 K-팝 스타와 함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K-팝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국 등 세계 최고 팝시장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이 가운데 특히 로제는 이른바 한국판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를 떠올리게 한다.
스위프트노믹스는 미국의 인기 여가수 테일러 앨리슨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말이다.
현재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감독, 여배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14살 때인 2003년 소니/ATV 뮤직 퍼블리싱과 계약해 최연소 작곡가가 된 후 2006년 당시 17세의 어린 나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해 음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스위프트는 컨트리 음악으로 시작해 팝,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그 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구축해 2024년 현재까지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스위프트는 2024년 7월 현재 재산이 13억달러(약 1조7972억원)에 이르는 억만장자다.
스위프트는 그녀의 탁월한 재능도 있지만 팬덤(Fandom:연예계 팬 집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스위프트는 ‘스위프티즈(Swifties)’라고 불리는 팬클럽의 열성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2023년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이 넘는 53%가 스위프트 팬이라고 답했고 이 가운데 약 16%는 스스로를 열성 팬이라고 강조했다.
팬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스위프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며 지지기반을 다졌다.
또한 스위프트 노래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이뤄져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특징이 있다.
결국 스위프트는 ‘감정자본(Emotional Capital)’을 잘 활용해 수많은 팬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감정자본은 개인이나 조직이 감정적인 지지와 관계를 통해 쌓은 공감의 원천이다.
감정자본은 △다른 이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신뢰(Trust)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Empathy) △팬이 계속 응원하는 충성도(Loyalty) △조직이나 그룹에 같이 속해 있다는 소속감(Belongingness) 등을 우러나게 하는 무형의 자산이다.
스위프트 음악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스위프트노믹스’는 단순히 음반 판매량이나 콘서트 티켓 수익을 넘어, 관광, 숙박, 외식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즉 스위프트가 순회공연을 할 때 그 지역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스위프트가 2017년 발표한 앨범 ‘레퓨테이션(Reputation)’ 곡을 소개하는 미국 투어를 2018년 실시했을 때 투어 개최 도시 경제가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혜택을 누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스위프트는 2023년 3월 17일 아시아, 호주, 유럽, 남미, 북미 등 5개 대륙 152곳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디 이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시작했다. 세계 순회 공연 디 이라스 투어는 2024년 12월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위프트의 디 이라스 투어는 아시아, 호주 등에서 8개월 동안 10억달러(약 1조38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스위프트가 현재 순회공연 중인 미국에서는 이미 100억달러(약 13조8250억원)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로제는 스위프트처럼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가사를 영어로 내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며 “로제처럼 전세계 음악인을 거머쥘 수 있는 음악과 감정자본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제노믹스 통해 ‘K-콘텐츠’ 수출 확대 기회 잡아야
로제가 쏘아올린 ‘아파트’ 열풍은 결국 외국인이 한국 음악과 영화 등 문화상품은 물론 한국산 제품을 더 구입하는 ‘소비자본(Consumption Capital)’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노래와 영화에 매료된 외국인 소비자들이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 사들이면 결국 한국의 국부(國富)가 커지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K-콘텐츠를 1억 달러 수출하면 한국산 제품 수출이 1억8000만달러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K-팝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소비자본을 적극 활용해 한국 제품 판매 확대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K-팝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큰 경제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음악 및 공연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 국산제품 판매 증가, 고용창출 및 국가 브랜드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처럼 K-팝은 단순한 음악산업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핵심 도구”라며 “과거 BTS 열풍으로 시작한 K-팝이 뉴진스, 로제 등 세계적인 그룹의 탄생을 이끌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