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3’, 13년 만에 동반 흑자 일궈낸 비결 알고 보니

-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흑자 경영에 성공
-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위주 사업전략 펼쳐 성과 거둬
- IMO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 급증도 한 몫
- 지난해 글로벌 LNG선 발주량 가운데 한국 80% 휩쓸어
- 미국 MRO 시장 진출-인도 조선업계 러브콜 등 이어져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2.30 16:44 의견 0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수익성 개선으로 13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비상계엄 발령과 탄핵정국, 이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경제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 ‘빅3’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일궈내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가 모두 13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선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해운 물동량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을 대량으로 발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발주한 데다 인도 등 신흥시장의 러브콜까지 이어지면서 조선 빅3 실적 그래프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 3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두드러져

이처럼 국내 빅3가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하는 이른 바 '선별 수주 전략'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3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11억원)에 비해 무려 7.7배 급증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9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실적이 호전된 모습이다. 지난해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8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 어닝쇼크 수준의 손실만 없다면 올해 조선 빅3의 영업이익 흑자 달성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조선 3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1조4207억원 △삼성중공업 4747억원 △한화오션 156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선 빅3는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동반 흑자에 성큼 다가섰다.

◇‘돈 남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주력

조선업은 지난 10년간 오랜 침체의 늪에 빠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08년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중반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업이 10년 동안 침체국면을 맞은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업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졌고 이는 해운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선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조선업체들은 신규 주문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유가 하락과 해양 플랜트 수요 감소도 조선업 침체 원인 가운데 하나다.

2014년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은 해양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 경제성을 낮췄다. 이에 따라 해양 플랜트 수요가 급감해 조선업계에도 타격을 줬다.

중국 등 경쟁국 등장도 꼽을 수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이는 한국과 일본 조선업체에 큰 타격을 줬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도 조선업계에 악영향을 줬다.

이처럼 10년 넘도록 침체기를 겪은 조선업계가 올해 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데에는 친환경 및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한 경영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조선, 해운업계에도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해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조선업을 견제하는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해 올해 초부터 해운 부문을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이와 함께 IMO는 오는 2050년까지 모든 선박에서 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등 첨단 선박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려 한국이 친환경 선박의 강자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기존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한다. LNG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은 연료 보존 성능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첨단 기술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LNG선 발주량 55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이 약 80%인 441만CGT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 3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선박 수주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비결은 LNG선·암모니아선과 같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대거 수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1분기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발주된 친환경 선박 LNG선 29척과 암모니아선 20척 등을 100% 수주했다.

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는 전체 선박 수주량 감소라는 불리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누적 기준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을 보면 중국이 69%라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압도적인 1위”라며 “이에 비해 한국은 18%에 그쳐 조선업 불황을 겪던 2016년(1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 실적이 개선된 것은 양이 아닌 질적 수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결국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늘어나 선박 수주량을 줄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나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도 ‘러브콜’에 내년 사업 전망 ‘밝음’

업계는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 빅3가 이미 3년이 넘는 일감을 거머쥔 데다 미국과 인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05억6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 135억달러를 1.5배 초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 넘는 81억5000만달러, 삼성중공업은 68억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빅3 등 국내 조선사 수주 잔고는 약 3년치에 이른다”며 “한국이 수년간에 걸친 일감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중국처럼 저가 물량으로 수주 점유율을 높이지 않고 고부가 중심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풀이했다.

미국과 인도가 ‘K-조선’에 관심을 보이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 업계에 엄지척을 해 한국 도움을 요청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 뿐만 아니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조선업계도 미국 MRO 시장이 열리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85조원)이며 이 가운데 미국은 4분의 1인 20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규모인 미국 MRO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조선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한화오션은 올해 미 해군이 발주한 MRO사업 2건을 모두 따냈고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협약을 맺어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거대 MRO 시장이 열린 가운데 인구 14억 인도 역시 한국 조선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알 락슈 마난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보, 최대 국영 조선사 코친조선소 CEO 마두 나이르 등 인도 조선 업계 관계자들이 국내 빅3 조선소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는 인도가 조선업 육성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는 현재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 미만인 인도 조선업을 2030년 세계 10위, 2047년에는 세계 5위까지 성장시키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인도는 세계 정상급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국내 조선사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조선업이 다시 고속성장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국내 조선업이 또다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릴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업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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