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종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복구 사업 참여를 모색하지만, 재정 의존 및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 PEXELS]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지난 3년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종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후 복구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러-우크라 전쟁으로 올해 1월 현재 양쪽 사상자는 무려 121만명에 이르고 재산상 손실은 1조5000억 달러(약 216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우크라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을 시작해 전쟁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전쟁후 본격화될 복구 사업 프로젝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년간 훼손된 인프라 복귀에 9000억달러 이상 소요
러-우크라 전쟁 재건 규모도 막대하다.
재계는 전쟁으로 양국이 훼손된 인프라를 복귀하는 데 9000억달러(약 129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전쟁으로 훼손된 각종 건물과 시설 등 인프라 피해를 감안하면 건설업체, 건설기계, 에너지 분야 업체가 전후 복귀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복구 사업이 이뤄지면 전쟁에 따른 잔해를 제거하고 건물, 산업단지, 도로 등 교통망 구축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참여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재건협력단을 파견하는 등 현지 시장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현대건설이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재건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재건과정에 필수적인 건설장비 제조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러-우크라 전후 복구를 돕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업 계획을 세우고 우크라이나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등 산하 계열사는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사 합산 시장점유율 30% 수준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해외지사를 세우고 현지 딜러망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이를 계기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건설장비를 현지에 공급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현지 인력 양성, 기술 교육 등 폭넓은 지원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역업체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전후 복구 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업체는 2019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Mykolaiv)주(州)에 있는 항만에 곡물터미널을 설립해 현지 영농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후 2023년 미콜라이우州와 모듈러 제조시설 설립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농업 분야 외에 종전 후 국가 재건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전선 및 전력기기 업체들도 종전에 따른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아직 구체적인 사업 논의가 없지만 전후 인프라 재건에 전선사업 부문은 필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 수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석유화학 등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 작업도 ‘좋은 기회’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석유화학업계도 전후 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전쟁이 종지부를 찍으면 러시아 에너지가 다시 국제시장에 판매돼 글로벌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년간 이어진 전쟁이 종료되면 서유럽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경우 국제 유가가 내려가지만 전쟁에 따른 에너지 시설 파괴 복구 등 관련 사업도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석유화학업은 생산원가 가운데 원료비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유가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게 마련”이라며 “원유 기반인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주로 쓰는 국내 업계는 나프타와 에탄 가격 차이가 적은 저유가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으로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친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 재건 비용 해외에 의존...사업 불확실성 커
업계는 전쟁 종료에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이 활짝 열리겠지만 사업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현재 진행형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아직 합의를 보지도 않았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건사업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 협상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특히 우크라이나는 국가 재원 부족으로 전쟁 재건 비용을 외국에 의존할 수도 있다”며 “이는 섣불리 뛰어들었지만 사업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 예로 한화건설 부문은 이라크 전쟁 이후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2012년 시작했으나 이라크 정부가 대금 지급을 미뤄 수천억원 대 미수금이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이 업체는 2022년 결국 공사를 포기하고 철수해 큰 손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위험천만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건 사업도 유럽에서 우선권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담보가 선행해야 사업 추진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요소가 많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우크라이나 현지 진출에 따른 위험요인을 치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