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과 빌 게이츠,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만나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와 글로벌 공급망 확대 협력을 논의하며, 한국 재계의 미래 에너지 시장 주도권 확보를 모색했다. [사진 = SK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만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만나 소형모듈원전(SMR)과 백신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이 2008년 설립한 미국 SMR 전문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에는 SK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양측은 SMR 기술 개발과 상업화 전략을 점검하고, 10년 넘게 이어온 백신 분야 협력을 한층 넓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차세대 원전 SMR, 왜 주목받나

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모듈화된 차세대 원자로다.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투자 비용을 분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규모 지역에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수소 생산 △산업용 열 공급 △해수 담수화 △재생에너지 보완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해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MR을 “빠르게 구축 가능한 안전한 원전”이자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고리”로 평가한다.

◇ 게이츠 “한국 공급망 구축 중요”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함께 높여가자"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정비와 공급망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것이 뒷받침된다면 SK와 테라파워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도 게이츠 이사장 및 테라파워 경영진과 만나 나트륨 원자로(Natrium Reactor) 상업화 협력 현황을 점검했다.

나트륨 SMR은 4세대 원자로로 무전원 공기냉각, 출력 조절 용이성, 핵폐기물 40% 감축 등의 장점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차세대 SMR은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의 핵심 솔루션"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확대와 함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SMR 기자재 공급에 이어 조선 분야에 활용 가능한 용융염 원자로 기술 협력까지 확대하며 원전 추진 선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수백조원 SMR 시장 선점 경쟁

재계는 2040년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SMR 시장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민간 참여 인센티브 확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 규제제도 도입 등을 정부에 요청하며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을 뒷받침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확보와 탈탄소 전환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번 ‘최태원-게이츠-정기선 회동’은 한국 재계가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현지 파트너십을 동시에 확보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SMR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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