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루마니아’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 한국 정치가 비상계엄령 소동에 따른 혼돈지경에 빠졌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발전소 수출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이 중심으로 이뤄진 민관기업 연합체 ‘팀코리아’가 최근 루마니아 원전 사업을 따내 이러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동안 신규 원전 수주와 건설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해외 원전 ‘계속 운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의 원전 건설은 물론 개·보수 능력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운영허가 기간이 끝난 원전을 개보수한 뒤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운영 기간을 늘리는 계속 운전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어 국내 원전업계에는 낭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커질 글로벌 원전 개·보수 시장 추가 진출과 함께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원전 사업도 남아 있어 ‘K-원전’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한수원 1조2000억원대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따내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최근 2조8000억원대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한수원,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 등 3개 업체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와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개선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사는 내년 2월에 시작돼 5년 5개월동안 진행된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월성 2·3·4호기와 같은 중수로 방식의 캔두-6(700MW) 노형이다.
이 원전을 처음 건설한 캔두 에너지는 원자로 계통, 안살도 뉴클레어는 터빈 계통 설계 및 기자재 조달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은 주기기와 보조기기 교체 등 시공 전반과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등 여타 인프라를 건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업은 30년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난 체르나보다 1호기 압력관 등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통째로 들어내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등 여러 인프라 시설을 새로 짓는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 건물로 따지면 건물 뼈대만 제외하고 건물을 새롭게 짓는 일종의 ‘전면 리모델링'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총 금액은 2조8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한수원이 맡는 사업이 절반 정도인 1조2000억원이다.
국내 시공사는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비롯해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전KPS 등이다.
◇K-원전 기술력에 2년 연속 수 조원대 원전 사업 진출...24조원대 체코 사업도 기대 커
이번 루마니아 사업 수주는 해외 원전설비 개선사업 최초 참여라는 의미 외에 2년만에 수 조원대 원전 사업을 거머쥔 쾌거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 2022년 8월 이집트에서 3조원 규모의 엘다바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 사업을 따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국내 원전 기업은 앞으로 중수로형 설비·시공 수출과 계속운전 사업 등 원전 수출을 다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루마니아 사업 수주는 또한 향후 진행될 체코, 폴란드 등 신규 원전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수원은 사업비 24조원 대인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3월을 시한으로 두고 체코 발주사와 최종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원전은 지난 2009년 12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바라카원전 4기, 총 20조원 규모 사업 수주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며 ”지난 10월 폴란드와 한국형 원전 2~4기 건설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해 또 수조원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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