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기업 인사 키워드는 ‘ABCFHRT’

-LG그룹, AI-바이오-클린테크 육성 위한 인사 단행
-현대자동차그룹, 창사 57년만에 첫 외국인 CEO 임명
-SK그룹, 사업 리밸런싱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 본격 나서
-삼성전자, HBM 등 차세대 먹거리 통해 기술 초격차 시급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1.26 13:17 | 최종 수정 2024.11.26 14:44 의견 0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 인사를 통해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및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

[이코노미 트리뷴] 재계가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ABCFHR'을 키워드로 내놔 눈길을 끈다.

ABCFHR에서 ‘A'는 인공지능(AI)을 뜻하고 △B는 바이오(Bio) △C는 청정기술(Clean Tech) △F는 미래(Future) 경영 해법△H는 인재(Human resouces) △R는 연구개발(R&D) △T는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트럼프 경제정책)를 각각 뜻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인 기업이 LG그룹이다.

◇ LG그룹, ‘ABC' 위한 조직 개편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단행한 연말 인사에서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 인재를 대거 발탁해 미래에 대비하는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ABC 분야에 R&D와 투자를 집중해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2025년 임원 인사에서 AI 분야 전문가인 1980년대생 3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전체 신규 임원의 23%인 28명을 ABC 분야에서 발탁한 셈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ABC 분야를 지목하고 이를 집중 육성할 방침을 여러차례 내비쳤다”며 “이를 위해 LG는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 규모를 국내네 투자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약 50%인 50조원 이상을 미래 성장사업과 신사업에 할당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G그룹은 미래 먹거리 전략 가운데 하나인 AI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 설립한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대형언어모델(LLM) 엑사원 1.0을 발표한 후 2023년 7월 엑사원 2.0, 지난 8월 엑사원 3.0을 차례로 공개하며 생성형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R&D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광모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하는 등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또 바이오와 클린테크 분야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예로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약 4000억원 규모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바이오 소재, 신재생에너지 산업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성장동력 중심으로 바꿨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재생에너지 활용 등 클린테크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 독립기업을 설립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LG 주력사업이 된 자동차 부품 사업과 배터리 사업도 20년, 30년이 넘는 기술개발과 투자가 결실을 이룬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그룹, ‘트럼프노믹스’ 맞서 첫 외국인 CEO 임명·부회장직 3년만에 부활

현대자동차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회사가 1967년 창사한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0)에 내정하는 등 '파격' 인사를 최근 단행했다.

또한 주한 미국 대사 등을 지낸 성김 현대차 고문을 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내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을 승진시켜 2021년 사라졌던 부회장 자리가 3년만에 부활했다.

장재훈 신임 부회장이 맡았던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자리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이 담당한다.

무뇨스 신임 대표는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 담당으로 합류해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갈아치웠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무뇨스 신임 대표는 2022년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등 해외 권역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고 이어 현대차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홍보·PR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는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영입해 사장에 임명할 예정이다.

성 김 신임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주한 미국 대사,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등을 맡아왔다.

그는 미국 국무부 은퇴 후 올해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등을 지원해왔다.

◇ SK그룹, 사업재조정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 가속도

아직 그룹 인사를 하지 않은 SK그룹은 회사의 당면 과제인 리밸런싱(Rebalancing:사업 재조정) 가속화하는 방안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경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올해 실시한 여러차례 세미나를 통해 그룹 집단지성을 마련한 상태”라며 “이를 토대로 그룹 인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일반적으로 매년 12월 첫째 주에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임원 인사를 실시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이 인사를 내봐야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있지만 최근 SK는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 수장을 잇따라 교체했다”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는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실적 부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 삼성전자, HBM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 가속페달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근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국내 재계 1위이지만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9조1000억원) 실적이 애초 기대치에 못미쳐 이른바 ‘위기론’에 휩싸인 모습이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과 메시지를 낼 정도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들은 연말 인사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일반적으로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실시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르면 11월 말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대와 달리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분야의 사업부문장 거취가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포인트“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AI 시대를 맞아 최대 관심인 HBM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하느냐 여부가 향후 실적 개선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주요 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는 듯 했지만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트럼프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다른 나라 경쟁업체가 추격하지 못하는 이른바 ‘기술 초격차’와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 등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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