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인구 3400만 말레이시아 車시장 놓고 日-中과 3국지

- ‘일본 텃밭’ 말레이시아에 6800억원 투자
- 말레이시아 인구 소국이지만 거대 ‘아세안 시장’ 진출 교두보
- 현대차 말레이시아에 연간 2만대 생산...차량 30%는 아세안 다른 국가 수출
- 현대차 말레이 시장 점유율 0.2% 불과...차량 경쟁력 확보가 시급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2.02 17:07 의견 0

현대차그룹이 말레이시아에 6800억 원을 투자해 일본·중국과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며 전기차 시장 확대와 글로벌 대안 시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 2025 쏘나타 디엣지]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말레이시아에 6800억원을 투자하는 공격경영을 펼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위탁생산(CKD) 공장을 세워 차량을 생산하기로 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車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특히 전기자동차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마저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현대차는 일본, 중국과 치열한 ‘3국지 경쟁’에 나설 방침이다.

◇馬聯 현지 파트너업체 이노콤과 손잡아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025~2030년까지 말레이시아에 총 21억5900만링깃(약 673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지 파트너업체 이노콤(Inokom)과 손잡고 다목적 차량(MPV) 스타리아를 연간 약 2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스타리아는 현지 CKD 방식으로 제작한다. CKD는 완성차가 아닌 부품 상태로 수출한 후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노콤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 라인업(제품군)은 스타리아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MPV로 넓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우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HEV)를 중심으로 생산한 후 말레이시아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EV)로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된 차량은 말레이시아에서만 판매되지 않고 다른 동남아시아(아세안, ASEAN) 국가로 수출된다. 수출 차량 비중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한 차량의 30%다.

말레이시아와 아세안 자동차 시장 공략을 계획중인 현대차는 △말레이시아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비롯해 △충전 인프라 건설 △배터리 생산설비 구축 등 전기차 생태계 마련에도 속도를 낸다.

◇10개국 약 7억명 거대시장 ‘아세안’ 진출 카드 본격화

현대차가 일본업체가 사실상 장악한 말레이시아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회원국 10개국에 인구 약 7억명에 이르는 거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흔히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불리는 아세안 시장은 △높은 경제성장률 △젊고 풍부한 노동력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4% △세계 교역량의 7.3%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다.

이를 보여주듯 아세안 10개국 인구는 6억8329만명에 이르고 GDP는 4조2480억달러, 1인당 GDP는 6200달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335만5136대로 2021년 279만대 대비 20% 넘게 성장했다”며 “아세안 평균 나이가 30세에 이르러 차량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아세안 자동차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잠재력이 큰 아세안 시장은 현대차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아세안자동차연맹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3·4분기부터 태국을 제치고 동남아 자동차 시장 2위에 오르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3.9%다. 1위는 인도네시아(29.9%)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 공략은 현대차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말레이시아자동차협회(MMA)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판매된 현대차는 1507대로 점유율 0.2%, 전체 브랜드 가운데 21위다.

현대차는 △도요타(13.3%) △혼다(10%) △미쓰비시(2.7%) △마쓰다(2.4%) △닛산(1.3%) 등 일본 브랜드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현대차 위상이 지금은 초라하지만 현대차는 이미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공략 교두보로 삼고 이 지역에 첫 완성차공장(HMMI)를 세운 경험이 있다”며 “이를 토대로 말레이시아 공략에 나선다면 아세안 1,2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 경쟁력-트럼프 ‘미 우선주의’ 대비책 분석도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경영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가 아세안을 새로운 활로로 여기는 데에는 중국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따른 대응책이라고 풀이한다.

중국은 현대차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적인 강자다.

전기차는 최근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을 겪고 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 등 환경여건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대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기존 내연기관차량이 아닌 전기차 포트폴리오로 자국 자동차 시장을 재편한 상태다.

특히 중국이 자국산 전기차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로서는 ‘신흥 강자’ 아세안 시장과 진출 교두보인 말레이시아를 우선 공략한 후 향후 다른 국가 전기차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도 현대차가 말레이시아 등 ‘선택지’를 넓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수입 관세를 대폭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 벽’을 넘으려면 미국 외에 대안시장 확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현지화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무역정책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현대차의 글로벌 행보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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