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엄사태로 없던일로..향후 일정은

- 그룹 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계엄 사태 따른 주가 하락 ‘타격’
- 두산, 개편 무산에 아쉬움 표시...향후 일정은 미지수
- 업계, 채권단 관리 조기졸업 경험 살려 사업 재편 재추진 전망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2.12 11:25 의견 0

두산그룹이 계엄사태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했으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을 향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두산그룹이 지난 6개월간 추진해온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계엄사태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향후 사업구조 재편을 다시 추진할 지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지난 6개월간 추진해온 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지난 6개월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 마련했다.

이를 위해 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간 분할 합병을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룹은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스마트머신(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위험 분산과 성장 가능성 확대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해 합병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두산밥캣 소수 주주 이익에 침해를 준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금융감독원(금감원)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두산에 합병·분할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 합병 비율을 기존 합병 비율보다 높이는 등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두산은 합병비율을 변경(1대 0.031→1대 0.043)하는 내용을 담은 정정신고서를 냈다. 이는 소수 주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처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11월 22일에야 관련 신고서 내용을 수용해 사업 재편 작업은 이달 12일 임시 주총만 통과하면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로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분할 합병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원전주가 추락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현재 63%인 소액주주 가운데 10%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주식매수 예정 금액이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주식매수에 따른 과도한 재무 부담을 지는 것보다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사례처럼 분할 합병을 철회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외부 환경 변화로 회사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 괴리가 너무 커졌다”며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일정 정해지지 않아...사업 재추진 가능성 남아

예상치 못한 사태로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이 다시 추진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다만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으로 시작된 채권단 관리를 조기 졸업한 바가 있다. 업계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계속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표면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두산그룹은 사업 개편 재추진 여부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므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 상당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외부 변수로 사업에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번 계엄 사태로 구조 개편이 백지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룹 핵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국내에서 원전 설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대기업으로 원전 관련 매출 비중이 20∼25%에 이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두산중공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덮쳐 회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2020년 3월 산업은행에 긴급자금 요청했고 3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도 마련했다.

그 결과 두산중공업 '아우' 기업 두산인프라코어와 주요 자산인 두산타워 등을 매각됐고 1조2000억원 규모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도 실시됐다.

두산그룹은 이러한 희생에 기반해 2년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그동안 뼈를 깎는 자구안으로 채권단 관리 조기 탈출에 성공한 후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가스터빈·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며 “결국 원전산업을 지지하는 현 정권 들어 부활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 로봇 및 첨단기술을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보고 있어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은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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